그가 손댔더니, 자영업 무덤도 대박의 요람으로

입력 2019.11.27 04:42

[땅집GO] 땅집고 청년주택 지원센터 파트너, 성시정 SD푸드홀딩스 대표

-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의 힘
빈 점포 넘쳐나는 세종시에 인기식당 4곳 동시 입점시켜
꽃·나무 가득한 낙원꽃분식, 개화기 느낌 계돼지상회 등 독특한 자체 브랜드도 강점
"결국은 상권 전체 살리는 상생… 머물고 싶은 공간 만들어야죠"

성시정 SD푸드홀딩스 대표
"세종시에도 이런 힙(hip) 식당이 생기다니 정말 좋죠."

지난 23일 세종시 반곡동 국책연구원 단지. 법제연구원 건물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사이에 들어선 'BOK아트센터' 1층 '숨 쉬는 순두부'. 낮 12시 30분이 넘었지만 손님이 꽉 들어차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손님 김모(38)씨는 "지난번엔 대기하는 줄이 길어서 포기했는데 오늘은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았다"면서 "음식 맛도 기대한 만큼 괜찮았다"고 했다.

국책연구원 단지는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연구원 등 국책연구원이 몰려 있다. 세종시 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권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해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바로 'BOK 아트센터'. 이 건물 1층엔 지난 8월 서울에서 한창 인기 있는 외식 브랜드 점포가 줄줄이 문을 열었다. '숨 쉬는 순두부', '미즈컨테이너'(캐주얼 이탈리안 다이닝), '토끼정'(일본 가정식), '아비꼬 카레'. 세종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유명 브랜드 식당이다. 이후 이 건물은 세종시에서 가장 핫한 상가로 떠올랐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주변 직장인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BOK 아트센터'에 인기 식당이 대거 들어선 건 우연이 아니다. 건물 1층에 외식 매장 4개를 입점시켜 건물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있었다. F&B(식음료) 기반 공간기획 전문 기업 SD푸드홀딩스의 성시정(42·사진) 대표다.

성 대표는 지난 6월 건물 준공에 맞춰 건물주에게 '서울의 유명 브랜드 식당을 오픈하겠다'고 제안하면서 1층 전체(1200㎡)를 통째로 빌려달라고 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달라는 것이었다. 약속대로 성 대표는 식음료 브랜드 매장 4곳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유명 카페 한 곳과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브랜드 식당 4곳이 잇따라 문을 열자, 외식업계에서도 깜짝 놀랐다. 세종시는 상가 분양 가격이 비싸 폐업률이나 공실률이 높았던 탓이다. 심지어 '자영업자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왔다. 서울에서 유명한 외식 브랜드가 세종시에 점포를 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성 대표는 "역발상이 중요하다"면서 "세종시에 거주하는 소득수준 높은 직장인들은 서울에서 누리던 인기 식당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했다.

F&B(식음료) 기반 공간 기획 전문 기업 SD푸드홀딩스의 성시정 대표가 작년 9월 문 연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낙원꽃분식’ 내부. 성 대표는 기존 브랜드를 편집해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낙원꽃분식 같은 자체 브랜드를 꾸준히 개발해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F&B(식음료) 기반 공간 기획 전문 기업 SD푸드홀딩스의 성시정 대표가 작년 9월 문 연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낙원꽃분식’ 내부. 성 대표는 기존 브랜드를 편집해 모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낙원꽃분식 같은 자체 브랜드를 꾸준히 개발해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SD푸드홀딩스 제공
BOK아트센터는 공간 가치를 끌어올리는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유명 식당을 가까이에서 즐기게 된 세종시 고객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건물주는 공실 우려를 단박에 해결하고, 식음료 매장들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손님을 끌어오는 걱정을 덜었다.

성 대표는 백화점에 입점하는 디저트 프랜차이즈 브랜드 영업 분야에서 8년간 근무했다. 점포 개발 전문가와 유명 프랜차이즈 대표들과 네트워크를 가지면서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의 기본 구상을 그렸다. 먼저 시도한 일은 자체 식음료 브랜드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작년 9월 오픈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낙원꽃분식'이 첫 작품이었다. 이곳은 한옥 건물에 꽃과 나무로 장식한 예쁘장한 인테리어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올 2월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닭·돼지고기 요리 전문 '계(鷄)돼지상회'를 열었다. 인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개화기 한국의 분위기를 내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성 대표는 "지방에서는 유명 브랜드 식당에 대한 수요가 많고, 서울에서는 반대로 브랜드보다 독특한, SNS(소셜미디어)에 사진 한 장 올리고 싶은 분위기의 식당이 인기가 높다"고 했다.

비슷한 다른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가 기존 브랜드를 편집해 모아놓는, 이른바 '셀렉 다이닝'에 그치는 반면 SD푸드홀딩스는 자체 브랜드를 계속 개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직영 브랜드가 입점하면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 입점 업체도 좋아한다. 성 대표는 경기 수원 호매실동 일대에서 새 점포를 물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기 침체, 특히 외식 산업 침체가 심각하다. 성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한정된 좁은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공유 개념'이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인테리어 투자비와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최신 유행을 그때그때 반영할 수 있는 주방 공유 형태의 매장이 유행할 것이란 것이 그의 예측이다.

성 대표는 "공간 플랫폼 비즈니스는 상권의 이름값이 떨어지는 곳에서 건물의 가치를 올리고 결국에는 전체 상권도 살리는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며 "단순히 식당들을 모아 놓는 단계를 넘어 카페·라이프스타일 업종까지 포함한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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