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임원·공장가동률 반토막… 원전산업 枯死단계로

입력 2019.11.26 03:14

[탈원전 직격탄… 지난 주말 임원 20% 더 해임 통보]
올해 과장급 이상 순환 휴직… 공장가동률 내년엔 10% 아래로
"원전인력 해외로 더 빠져나갈 듯"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이 지난 주말 임원 20%를 감원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 회사는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납품해왔으며,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도 이 회사가 만들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기해 두산중공업은 전체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무더기로 퇴사를 통보했다"며 "최근 원전 부문 공장 가동률이 급락한 데다,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적자가 예상되자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경북 울진군 신한울 원전 3·4호기 예정지. 오른쪽에 보이는 기둥은 원자로가 들어설 자리를 표시한 것이다. 예정지 뒤편으로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2호기가 보인다. /이진한 기자
이번 임원 감축으로 두산중공업 임원 수는 2016년 124명에서 3년 만에 절반 아래인 52명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업계에선 퇴직 임원들이 맡고 있던 사업 부문에 대한 연쇄적 조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추가 구조 조정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 따른 조치"라며 임원 대폭 감축 사실을 시인했다. 두산중공업은 임원 추가 감축에 앞서 올해 전 직원 6000여명 가운데 과장급 이상 2400여명에 대해 순환 휴직을 실시했고, 250여명은 관계사로 전출시키는 등 경영 위기 극복 노력을 해왔다.

임원 수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

두산중공업 임원 수는 탈원전 정책 지속과 반비례하고 있다. 2016년 124명,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80명, 지난해 65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추가로 20%인 13명을 감원하면서 임원 수는 3년 전의 42% 수준으로 줄었다.

두산중공업의 계속된 임원 감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고, 해외 원전 수출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원전 부문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였으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작년에 82%, 올해는 50%까지 떨어졌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원전에 대한 기자재 납품이 마무리되는 내년엔 10% 미만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손실도 두산중공업이 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4927억원을 투입해 원전 주기기를 제작했지만, 건설 취소로 투자금을 날리게 됐고, 여기에 이미 제작해 놓은 기기들의 보관 비용까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회사 측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로 인한 매몰 비용이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최고 입증된 한국 원전

두산중공업은 정부가 지난 40여년간 국가적 지원으로 구축한 한국 원전 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이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공동 개발한 한국형 원전은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비(非)미국 기업이 NRC 인증을 받은 건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또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 'EU-APR' 표준설계는 유럽 사업자 요건(EUR) 인증을 받아, 유럽 국가에도 별도 인증 없이 수출할 수 있다. 원전 선진국들이 모두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력을 세계 최고로 평가한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조원으로, 한국(6조원)보다 4조원이나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블룸버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국의 원전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1㎾당 건설 비용은 한국이 3717달러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의 곤경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전 산업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송종순 조선대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원전 산업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며 "원전 산업 종사자에게 최고의 직장이던 두산중공업이 인력 구조 조정에 들어가면서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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