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대우조선 합병 공정위 심사결론, 내년 상반기돼야 나올듯

입력 2019.11.25 14:31

LNG부문 매각 조건부로 승인 전망

현대중공업그룹(중간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합병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론이 일러야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양사의 합병 심사를 접수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도 실무진 차원의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없애주기 위해 최대한 결론을 빨리 내리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심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공정위는 EU(유럽연합)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심사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양사 합병에 대한 심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LNG선 부문 분리 매각 등 조건을 달아 합병 승인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 조선DB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합병 심사가 올해 안에 나오기는 어렵고 내년 상반기가 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각국 경쟁당국은 순수하게 경쟁 법(공정거래법)만 보는 것이 아니고 자국 조선산업의 이익까지 보고 있는 상태"라며 "한국 공정위가 내놓는 심사결과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도 "최근까지 공정위가 현대중공업그룹에 추가 질의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 결론이 언제 나올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중국·일본·EU·싱가포르·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 심사신청을 냈고 지난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결합 심사는 신청 후 90일 간 진행된다. 이 기간은 기업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제외한 순수 심사 기한만을 말한다. 공정위가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기업이 이 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 심사는 중단된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실무 담당자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가 수차례 추가 자료를 요청해 계속 심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까지 현대중공업그룹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다.

공정위가 양사의 합병 승인 여부를 쉽게 결론짓지 못하는 것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입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13.9%)과 대우조선해양(7.2%)은 수주 잔량기준 세계 1, 2위기업(2019년 1월 기준)이다. 양사의 수주잔량 점유율을 합하면 20%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EU와 일본 등이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먼저 합병을 승인할 경우 다른 국가 경쟁당국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정위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특히 공정위는 EU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EU는 초대형컨테이너화물선이나 LNG선을 발주하는 선사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또 독과점 등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하다. 보통 한 번의 심사만을 진행하는 다른 국가와 달리 EU집행위원회는 기업결함 심사를 할 때 예비 협의 후 1차 일반심사와 2차 심층심사로 나눠진행한다. 현재는 예비 협의를 마치고 1차 일반심사를 진행하는 단계다. EU 집행위는 12월 17일까지 1차 일반심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1차 일반심사가 12월 중순에 마무리되면 2차 심층심사 결과는 내년 5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공정위는 일본과 중국 경쟁당국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9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한국의 공정위에 해당)에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상담수속을 신청했다. 이는 기업결합 본 심사 전 사전 단계다. 본 심사가 언제 진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 바 있다. 최근 한·일 관계도 악화된 상태여서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쟁당국은 자국의 1, 2위 국영 조선사인 CSSC와 CSIC의 합병을 승인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심사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CSSC와 CSIC가 합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바짝 따라오는 상황이어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대형 조선소가 탄생하면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과 중국의 선박 건조 기술 격차는 벌크선(산적 화물선)이 약 2.5년, 탱커(유조선) 4.2년, 컨테이너선 4.2년, LNG선은 7년가량이다.

업계에서는 EU와 일본 등 주요국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공정위가 LNG선 분리매각을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선 세계 발주량의 대부분을 독점할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에 LNG선 부문의 합병을 그대로 허용하면 객관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세계 LNG선 수주잔량 1400만GT(총 톤수)의 81%(1100만GT)를 국내 조선소들이 수주했다.

박형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이 합병하면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20%나 되는 조선사가 탄생하고 특히 LNG선 부문은 한국 조선사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지배력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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