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세종때 완성된 세계적 화약무기‥"임진왜란 승리의 비밀"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9.11.23 10:00

    조선 시대의 화약무기 기술이 사실상 세종대왕 말기에 완성돼 결과적으로 임진왜란을 승리하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세종 시대에 완성된 폭탄 기술이 중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앞선 기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연석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전라북도 고창군 무장읍성에서 발견된 비격진천뢰 11점을 토대로 한 연구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발견된 비격진천뢰 대포는 임진왜란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무기가 사실상 육상전에서 일본군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격진천뢰는 목표물에 날아가 폭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금속제 폭탄이다. 채연석 박사는 "당시 기술력으로 대포는 폭발물이 아니라 돌이나 쇠를 투석기 방식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비격진천뢰는 드물게 폭탄을 정밀조준해 목표물에 날려보내는 방식이었으며 그 위력도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폭탄 내부에 화약뿐만 아니라 능철을 넣어 폭발 파편으로 살상 효과를 노리는 등 근현대의 폭탄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비격진천뢰의 내부 구조 추정 이미지. /UST 제공
    실제 류성룡이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한 '징비록'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 비격진천뢰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류성룡은 비격진천뢰에 대해 "임진년에 왜적이 경주성에 웅거하고 있을 때 병사 박진(朴晉)이 군사를 거느리고서 적을 공격하였으나 패배당하고 귀환했는데, 다음날 밤에 진천뢰를 성 밖 2리쯤에서 쏘았다. 남아있던 적이 처음으로 포성을 듣고 깜짝 놀라 일어나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홀연히 큰 솥 같은 물건이 날아와 적장이 있는 객사의 뜰 가운데 떨어지자, 적이 모여 불을 켜 들고 서로 밀치고 굴러 넘어졌다. 포성이 천지를 뒤흔들 듯 발해 적 중 맞아 죽은 자가 30여명이고 맞지 않은 자도 모두 놀라서 자빠지고 정신을 잃게 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임진왜란은 1592년경에 발발했지만 이같은 조선 시대의 화기 기술은 사실상 세종 말기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40여년전에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폭탄 기술을 세종대왕 시대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채연석 박사는 "화약무기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건 태종때부터이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 세종 말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임진왜란때 사용된 비격진천뢰의 구조는 세종대왕 시대에 완성된 '대신기전', '소질려포' 등과 유사한 구조로 설계돼 있다. 폭탄을 달아서 목표물을 향해 날리는 방식도 거의 똑같다. 채 박사는 "대신기전과 소질려포의 기능을 확대하고 폭탄 구조를 넓힌 것이 진천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전에서 일본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거북선에도 세종 시대의 화약 기술이 그대로 적용돼 있다. 채 박사는 "거북선의 경우 전면과 측면에 단거리포, 중거리포를 장착했는데 특히 근거리에서 단번에 적선을 격추시킬 수 있는 대형 폭탄이 거북선의 최대 무기였다"며 "추후에 이같은 폭탄 기술이 육상전에도 적용돼 임진왜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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