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27년 뚝심에…SK 바이오 사업 본궤도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9.11.22 10:48 | 수정 2019.11.22 11:31

    美 FDA, SK 뇌전증 신약 품목 허가…장기 투자 성과
    바이오 전문가 최태원 장녀 윤정씨 역할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래 전부터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한 바이오·제약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1993년 시작해, 27년간 묵묵히 투자한 사업이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SK는 지난 2003년 바이오·제약 사업을 2030년까지 SK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산업 전문가인 최 회장의 장녀 윤정씨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SK그룹의 신약 개발 전문 자회사 SK바이오팜은 22일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승인으로 SK바이오팜은 세계적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인정받게 됐다"며 "중추신경계 질환의 신약 발굴, 개발, 상업화 역량을 모두 갖춘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FDA 허가 취득으로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한다. 신약 개발이 어렵기로 유명한 중추신경계 질환인 뇌전증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이 모두 인정받음으로써 SK가 거대한 시장을 잡게된 것은 물론, ‘포스트(post)반도체’를 준비해야 하는 SK의 신사업도 기틀을 잡게 됐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을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개발 중인 신약 물질을 보고 있는 모습./SK그룹 제공
    최 회장은 불확실성이 큰 신약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며 성장을 독려해 왔다. 1993년 유공 대덕기술원의 R&D 조직 중 신약개발연구팀으로 출발한 SK바이오팜은 처음부터 신약 연구에만 매달렸다.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판매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은 크지만 한 번 성공하면 큰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이 2007년 "신약 개발을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히며 신약개발연구팀은 SK의 신약개발사업부로 편성됐고, 2011년에는 독립법인 SK바이오팜이 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간 연구개발비 등에 약 4800억을 투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매우 낮아 단기 실적이 필요한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최 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FDA 승인은 SK 바이오 사업 성장에도 탄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이 내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FDA 결정으로 SK바이오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바이오 분야에서 SK 영역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SK바이오팜 제공
    그룹 내 바이오 사업이 성장하면 윤정씨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씨는 올해 9월부터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rmatics‧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유전자 정보 같은 바이오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윤정씨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하버드대학교 물리화학 연구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7년 SK바이오팜 전략기획실에 입사해 책임매니저로 근무했다. 재계 관계자는 "윤정씨가 2년 뒤 공부를 마치고 그룹으로 돌아오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외에도 SK바이오텍, SK케미칼 등 바이오 분야 계열사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는 지난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는 SK바이오텍은 2017년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스워즈 원료 의약품 공장을 인수하고, 국내 세종 공장도 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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