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페트병 3개면 이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져요"

조선일보
  • 양모듬 기자
    입력 2019.11.21 03:09

    버려진 페트병 속 불순물 제거 후 쌀알 형태의 원자재 '폴리머' 생산
    압력 가해 실 뽑아 의류 등 제작… 이불·가방 만드는데도 활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토양은 물론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의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디다스·갭·H&M, 팀버랜드, 이케아 등 글로벌 유명 패션·소비재 기업 59곳 등은 이미 2017년 '재생 폴리에스터(rPET) 협약'을 맺고, PET병을 이용한 의류를 내놓고 있다.

    페트병을 폴리에스터 섬유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은 둘 다 원료가 같기 때문이다. 바로 '폴리에스터(PET)'다.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버려진 페트병 중 깨끗하고 투명한 제품을 골라내 씻는다. 이후 이를 잘게 잘라 '플레이크(flake)'를 만든다. 화학적 정제 작업으로 플레이크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쌀알처럼 생긴 원자재 '폴리머(polymer)'로 만든다. 이 폴리머의 순도에 따라 원사(原絲)의 품질이 달라진다. 폴리머를 열과 압력을 가해 녹인 뒤, 가는 구멍으로 통과시키는 방사(紡絲) 공정을 거치면 rPET 원사가 만들어진다. 보통 이 실 자체를 사용하거나 원단을 만들어 의류·신발 등으로 활용한다.

    사용한 페트병은 세척 과정을 거친 뒤 플레이크→폴리머→재생 폴리에스터 원사의 과정을 거쳐 의류 등으로 재탄생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미국 스타트업 로티스가 재생 폴리에스터 원사로 만든 구두.
    사용한 페트병은 세척 과정을 거친 뒤 플레이크→폴리머→재생 폴리에스터 원사의 과정을 거쳐 의류 등으로 재탄생한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미국 스타트업 로티스가 재생 폴리에스터 원사로 만든 구두. /팔리포디오션스·로티스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는 지난 2015년부터 해양환경보호 단체 '팔리 포 디 오션스(Parley for the Oceans)'와 함께 전 세계의 해안가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신발과 의류에 재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신발이 2018년에만 500만 켤레에 달한다. 올해 목표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1100만 켤레다. 올해 4월에는 100% 재활용 가능한 운동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 신은 운동화 10켤레로 새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신발 스타트업 로티스(Rothy's)는 2016년부터 rPET 섬유로 만든 구두를 선보이고 있다. '3D 직조(3D knitting·천을 곡면에 맞게 짜는 기술)'를 이용해 실의 낭비를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보통 구두 한 짝을 만드는 데 페트병 3개 분량 원사가 소요되는데, 현재까지 4200만개에 육박하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원사 업체들이 '재생 섬유'를 선보이고 있다. 휴비스의 에코에버, 티케이케미칼의 에코론, 태광산업의 에이스포라 에코엔와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이 재생 섬유들은 원료인 폴리머를 일본이나 대만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플리츠마마'가 효성의 rPET 원사 '리젠'을 활용한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500㎖ 페트병 16개가 소요된다고 한다. 또 다른 스타트업 '아임파인땡스'가 rPET 등을 충전재로 사용한 친환경 이불에 도전 중이다.

    rPET 제품의 가장 큰 한계는 가격이다. rPET 제품은 일반적인 PET 원료로 만드는 것보다 30% 정도 비싸다. 페트병 선별 및 세척 등에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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