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아빠가 빼돌린 돈으로 백수 딸은 해외부동산 투자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
    입력 2019.11.21 03:09

    국세청 역외탈세 세무조사 착수

    국내의 한 회사 사주는 해외 합작 법인 A사의 지분을 외국 기업에 판 것처럼 조작해서 회계 처리한 뒤 실제로는 차명으로 계속 보유했다. 그러고는 한국 법인의 수출 대부분을 A사와 거래하면서 수출 대금 일부를 회수하지 않는 수법으로 A사에 이익을 몰아줬다. A사의 이익 중 상당 부분은 사주가 따로 관리하는 해외계좌로 빼돌렸다. 해외 합작법인을 이른바 '빨대 회사'(빨대를 꽂아 빨아먹는 것처럼 사주 이익 편취에 이용하는 회사)로 악용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처럼 지능적인 조세 회피나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46곳과 개인 125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국외로 빼돌린 다국적기업이 다수 포함됐고, 개인 중에선 특별한 소득도 없으면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57명과 해외 호화 사치 생활자 54명이 포함됐다. 예컨대 국내 한 병원장의 딸은 뚜렷한 소득원도 없는데, 부친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신고를 누락한 병원 수익금을 부당 증여받아 비싼 해외 부동산을 사들였다. 호텔을 운영하는 한 사주의 딸은 캐나다에 오래 머물면서 명품 매장을 돌며 고가 시계나 명품 가방을 사는 등 호화롭게 살았다. 카드 대금은 아버지가 대신 납부(변칙 증여)했다.

    탈세 행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국내의 한 제조업체 사주는 국내 주소나 가족, 자산 등의 상황으로 볼 때 국내 거주자이지만, 잦은 입·출국을 통해 국내 체류 일수를 조절해 비거주자로 위장했다. 여러 나라에 머물며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세금 유목민(Tax Nomad)'이 되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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