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도 흔드는 빅테크 합종연횡

입력 2019.11.17 13:05

구글⋅아마존⋅알리바바⋅네이버⋅카카오, 금융사 또는 경쟁 IT기업과 금융협업
기술기업, 데이터⋅자본⋅기술 우위...금융 효율⋅안정 제고 VS 금융리스크 우려

"구글이 미국에서 씨티은행 및 스탠퍼드대 연방 신용협동조합 등과 손잡고 내년에 당좌계좌 서비스를 추진한다."(월스트리트저널)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내주초 경영 통합 합의를 발표할 예정이다."(요미우리신문)

금융판도를 흔드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도 합종연횡의 사례들이다. 글로벌 기술기업이 금융회사와 손잡거나, 경쟁 기술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금융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이 이달 1일 출범시킨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이 흐름을 보여준다.

기술 기업이 금융산업의 전산화라는 전통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기존 금융사를 밀어낼 수 있는 위협 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역설적으로 금융이 낙후된 중국이 먼저였다. 기술기업이 위협을 넘어 협업 대상으로 부각되는 배경엔 라이센스 산업인 금융의 특성이 있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 금융사 입장에서도 낮은 비용으로 고객기반을 확충하고 금융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금융 영역에서 새로운 주자의 잇따른 출현은 파급효과가 큰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이 빅테크의 금융사업 진출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금융의 효율 제고와 안정 유지 사이 균형 찾기가 당국의 과제로 떠올랐다.

♢‘그들만의 리그’서 벗어나는 금융

구글이 구글페이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당좌계좌서비스를 두고 미국 금융정보 포털 인베스토피디아는 "소비자금융에서도 주요 세력이 되려고 하는 구글의 야심찬 전략"이라고 평했다. 캐쉬(현금)로 명명된 구글의 이번 프로젝트는 별도의 은행 라이센스를 받지 않고 추진한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신한은행과 손잡고 시작한 통장 개설 서비스와 비슷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확대할 통장 개설 서비스 역시 직접 라이센스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니고 제휴 은행을 늘리는 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BOA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시작한 데 이어 JP모건 등과 함께 당좌계좌 서비스를 추진중이다.

케사르 센굽타 구글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및 금융시스템과 끈끈한 파트너가 되려고 하는 것"이라며 "더 먼 길이 될 수 있지만 더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빅테크를 위협으로 보는 대신 파트너와 협업대상으로 보는 금융회사들이 느는 추세"(KPMG)도 빅테크발 합종연횡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씨티은행은 구글과의 제휴를 저비용으로 젊은 고객층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6월말 기준 씨티은행의 미국내 지점수는 711개로 16위에 머물렀다. 1위 웰스파고(5578개)에 크게 못 미친다. 은행으로선 구글의 빅데이터를 통해 신용리스크 파악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구글도 은행 정보를 통해 완정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야후재팬과 라인의 통합 추진은 기술기업간의 동맹이지만 일본에서 1900만명이 이용하는 소프트뱅크의 모바일 결제 페이페이와 37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라인페이간 연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 달 발표된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교환은 SK페이와 카카오페이간 협업 길을 열어 놓았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하나금융과 합작해 2016년 출범시킨 핀테크 업체 핀크와 카카오페이 및 카카오뱅크간 연계도 예상된다. 라이센스를 받은 금융회사들만의 고유영역이던 금융이 비 금융기업의 경쟁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 낙후 중국, 미래 금융 싹 띄워

중국에서 알리페이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결제는 노점상도 이용할 만큼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알리페이
빅테크의 금융진출은 금융이 낙후된 중국에서 먼저 싹을 띄웠다. 카카오가 2014년 9월 카카오페이를 시작하고, 2017년 4월 법인으로 분사한 것이나, 네이버가 2015년 6월 네이버페이를 개시하고, 이달 1일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킨 것은 2003년 시작한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앤트파이낸셜을 2014년 설립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행보를 따르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금융 유니콘으로 꼽힌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와 금융을 확대하는 미래 전략은 사실 알리바바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기반의 텐페이가 모바일 결제의 90%이상을 장악한 배경엔 일반 직장인도 신용카드 개설이 어려운 현실이 있다. 알리페이 자투리돈 1위안으로도 재테크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는 세계에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MMF(머니마켓펀드) 위어바오를 탄생시켰다. 알리바바는 2004년 설립된 국유 펀드회사 텐훙기금과 협업으로 2013년부터 위어바오를 운용했다. 알리바바 자회사로 편입된 텐훙기금은 지난해말 운용 자산이 1조 3421억위안으로 중국 공모펀드 회사중 1위다.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킨 게 기술기업의 금융업이 성장한 배경"(우샤오추 인민대 부총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 결제에 머물던 알리페이를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확장시킨 QR코드 결제를 은행의 반대 로비에도 묵인해준 중국 당국의 선허용 후감독 시스템도 빅테크의 금융확장을 도왔다. 중국 은행들은 물론 애플도 QR코드 결제를 따르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바이두 등 중국의 기술기업들은 기존 금융회사와 경쟁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을 개업했지만 2017년엔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과 각각 핀테크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알리바바 텐센트는 중국 최대 민영금융회사인 핑안보험과 손잡고 2013년 중국 1호 온라인 보험사 종안을 설립하기도 했다.

♢긴장하는 금융 당국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금융보안원 주최로 열린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FISCON) 2019' 행사에서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이용 등 IT 아웃소싱 확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의 제3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고 금융이 비금융부문의 리스크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0일 내놓은 '플랫폼의 금융중개 효율성 제고 효과와 규제감독 과제:아마존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의 주장과 맥이 통한다. 보고서는 아마존, 구글 등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빅테크의 금융 분야 진출이 I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금융거래 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미 거대한 기업인 빅테크가 금융 분야에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경쟁을 제한해 효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디지털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하는 규제혁신·감독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도 빅테크발 합종연횡이 가져올 리스크를 경계해서다.

국제 금융 모니터링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이미 올 2월 빅테크의 진출이 잠재적으로 금융서비스의 안정성에 이익과 위험을 모두 불러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빅테크가 금융회사에 비해 막대한 자본과 빅데이터 분석, 첨단기술 채택 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금융회사의 파산으로 금융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기업들도 은행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뱅킹의 확산 역시 빅테크가 야기할 금융리스크에 대한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한다. 유럽은 작년 1월 은행의 데이터를 핀테크 기업에 수수료 등 차별없이 제공토록 의무화한 오픈뱅킹을 도입했다. 우리는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10월말 시작한 데 이어 내달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기술혁신이 가져올 금융리스크는 증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극초단타매매를 하려면 고성능 컴퓨터와 20Gbps 속도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높은 비용으로 일부 헤지펀드 등에서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5G(5세대) 통신이 일반화되면 모바일 앱을 통한 극초단타매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KT경제경영연구소 2017년 발간 ‘한국형 4차산업혁명의 미래') 5G 상용화에 따른 편익이 주식 투기 확산 같은 비용도 동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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