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경기진단, 8개월만에 '부진' 삭제…靑 경기바닥론에 힘 실어줘

입력 2019.11.15 10:00

기재부 그린북, ‘경기부진’ →’성장세 제약’ 표현 바꿔
"경제리더십 보여라, 미래 전망 설명" 文 대통령 지시 영향?

민간을 중심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경기가 부진하다’는 판정을 8개월 만에 거둬들였다.

지난달 말 발표된 경기지표 중에서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가 다소 증가했고, 부진했던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등의 하락세가 멈춘 것도 ‘부진’이라는 인식을 거둬들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경기가 바닥을 찍고 올라올 일만 남았다’는 청와대의 경제 인식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기재부의 경기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신선대 수출항 전경. /조선DB.
기재부는 15일 발간한 ‘2019년 11월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위축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고, 미·중 무역 협상의 전개 양상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정책 대응 기조와 관련, 기재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금년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 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한편, 민간활력을 높여 경기 반등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경제활력 제고 과제를 적극 발굴하여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달 그린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이 사라진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째 ‘부진이 지속된다’는 진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재부의 경기인식을 보여주는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기가 위축됐던 2016년 이후 3년여 만이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부진’이라는 문구를 8개월 만에 삭제했다. 대신 기재부는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생산, 소비 등 다른 경제활동은 괜찮지만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 둔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기재부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9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를 언급했다 "전월대비로 광공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증가했으나,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건설투자는 감소했다"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전월대비 2.0%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광공업생산(전년 대비 0.4%), 전월비 2.9% 증가한 설비투자(전년 대비 -1.6%) 등의 지표상 반등을 ‘경기부진 삭제’의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이 밖에 기재부는 "소비자심리는 상승하였고, 기업심리는 실적은 상승, 전망은 하락했다"면서 "9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대비 보합, 선행지수는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표 해석은 국내 경기가 오랜 부진 끝에 경기바닥 지점에 도달했고, 조만간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청와대의 경기 인식에 기재부가 인식을 함께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성장률이 2%가 될까 말까 한 상황은 단기적인 경기 문제"라면서 "당장 하강하는 국면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기다리면 올라간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의 인식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위기다. KDI는 지난 1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우리 경기부진이 완만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재부의 경기반등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물지표는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공업생산 증가에도 불구, 서비스업생산은 전월대비 1.2%, 소매판매는 전월비 2.2% 감소했다. 소매판매 감소폭은 21개월만에 가장 컸다.

그린북에서 확인되는 10월 소비 속보지표도 모두 부진했다. 국산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 5월 이후 9월만 제외하고 다섯 달이 마이너스(-) 상태다. 백화점 매출은 3.7%, 할인점 매출은 3.2% 감소했고, 방한 중국인관광객수 증가율도 24.2%에 그쳐 지난 4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경기부진’ 진단 철회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 보고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 경제 상황과 미래 전망 등을 (대외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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