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영원한 ‘게임왕’은 없다... 中에 치이는 블리자드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9.11.13 06:00 | 수정 2019.11.13 08:44

    프랑스 파리에선 지난 10일(현지 시각)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 2019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40여일간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를 오가며 진행된 이번 대회 총상금은 600만달러, 시청자는 1억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9 롤드컵 결승전이 펼쳐진 프랑스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AccorHotels Arena) 전경. /라이엇 게임즈 제공
    LOL은 2009년 출시돼 올해 10년차를 맞았습니다. 1년을 못 버티는 일이 부지기수인 게임 시장에서 ‘고전’ 소리를 듣기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인기는 여전합니다. 현재 LOL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50%에 육박합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런 LOL을 두고 ‘10년차에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롤드컵이 결승을 향하던 11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연례행사 ‘블리즈컨 2019’가 열렸습니다. 블리자드는 국내에선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세계 최대 게임사 중 하나입니다. 블리즈컨 역시 단일 게임사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게이머들은 매년 밤잠을 설치며 블리즈컨 중계를 지켜보곤 합니다.

    블리자드는 올해 행사에서 여러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반응은 미묘합니다. 디아블로4는 멋진 시네마틱 영상을 선보였지만 출시에는 오랜 시일이 걸립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게임 내용은 전작인 디아블로3와 차별점이 적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블리자드의 장점이던 캐릭터성과 서사가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버워치2는 신작이라기보단 게임 모드를 추가한 확장팩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LOL의 대항마로 선보였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자잘한 업데이트 외엔 특별한 소식이 없습니다. 롤 프로 리그가 매해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반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국제 대회인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Heroes Global Championship)은 지난해를 끝으로 사라졌습니다. 게이머들은 이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서비스가 종료될까 걱정합니다.

    최근 온라인 게임에 e스포츠가 끼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e스포츠 시장 매출 규모는 9억600만달러로 2017년보다 38.3% 늘었고, 2021년 16억5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고, LOL이 10년간 인기를 유지한 배경에도 활성화된 e스포츠 리그가 있습니다. e스포츠를 통해 프로게이머들이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면, 같은 게임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게임의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블리자드가 대회에서 ‘홍콩 해방’을 외친 홍콩 출신 게이머를 징계하자, 게이머들은 블리자드 게임 속 중국인 캐릭터 ‘메이’를 홍콩 시위대로 묘사하는 그림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레딧 캡처
    LOL의 모태가 블리자드 게임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사용자 제작 지도) ‘DOTA’였다는 점을 떠올리자면, 롤드컵의 성공은 블리자드의 입맛을 쓰게 합니다. 자사 콘텐츠를 변주한 게임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본가’ 게임은 존폐기로에 몰렸으니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게임’의 빈 자리를 ‘정치’가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블리즈컨 행사장에선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블리자드가 e스포츠 대회에서 "홍콩 해방"을 외친 게이머를 징계한 데 따른 움직임입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신념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말라"던 블리자드가 중국 자본에 굴복했다며 보이콧에 나섰습니다. 행사 개막식에 등장한 제이 알렌 브랙(J. Allen Brack) 블리자드 사장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정작 징계 철회는 없었습니다.

    블리자드가 제작한 워크래프트3는 중국에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국민게임’입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 리메이크판인 ‘리포지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은 블리자드가 중국 매출을 위해 정체성을 버리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LOL을 제작한 라이엇 게임즈는 중국 텐센트의 100%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세계 게임계를 호령하던 블리자드가 중국 자본에 게임 내·외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블리자드 게임 속 유명 대사처럼,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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