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원주~강릉 철도공사 담합 현대건설·고려개발 제재 추진

입력 2019.11.12 14:59

‘경쟁제한성 미흡’ 재조사 2년 만에 제재 추진
현대건설·고려개발 등 과징금 수백억원 예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담합에 가담한 현대건설(000720), 고려개발(004200)등 10개 건설사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건설사는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고속철도 공사에 입찰하면서, 입찰 관련 정보를 주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에 부과될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주 원주~강릉 철도 노반 공사 6, 8공구 입찰 담합 관련 제재 내용을 전원회의에 안건으로 회부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현대건설과 고려개발 등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선 KTX. /조선DB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13년 1월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공사 6, 8공구 공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고려개발 등이 낙찰가격을 낮추기 위해 조를 짜서 입찰 정보를 교환한 사실이 담합에 해당된다고 적시했다.

현대건설과 고려개발 등 10개사는 이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조별로 ‘부적정공종’ 조합을 선택하고, 각 조에서 결정된 부적정공종 조합 정보를 다른 조와 교환했다. 부적정공종이란 최저가 낙찰제로 인해 공사 낙찰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가수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각 공구 당 세분화된 30개의 공종(공사 종목) 중 특정 공종의 투찰 금액이 공종기준금액의 80% 미만일 경우 부적정공종으로 판정한다.

이 정보를 교환하면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부적정공종 이상으로 투찰가격을 유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공사를 발주한 철도시설관리공단 입장에서는 낙찰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건설사들이 공구별 부적정조합을 공동으로 결정함으로써 경쟁이 제한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으면 1단계 심사에서 탈락해야 할 입찰 참여자들이 계속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투찰가격을 특정 범위내로 유도해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왜곡시켰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공정위는 원주~강릉 고속철도 6, 8공구 공사를 낙찰 받은 현대건설 및 고려개발과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8개사 등을 모두 제재 대상으로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들에 부과될 과징금 규모가 수백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 공사 입찰이 2013년에 진행됐기 때문에 형법상 공소시효(5년)가 끝나 법인 및 입찰 담당자 형사고발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17년 4월 원주~강릉 철도노반 공사 4개 공구(2공구, 3-1공구, 3-2공구, 4공구)에서 입찰 담합을 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097230), 두산중공업(034020), KCC건설(021320)에 과징금 700억원을 부과한 사건과 함께 전원회의에 상정됐었다.

공정위의 재판부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는 2공구, 3-1공구, 3-2공구, 4공구 입찰에서는 담합이 입증되지만 6, 8공구의 부적정조합 방식의 정보공유 행위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이 입증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2년동안 6, 8공구 공사 담합 관련 조사를 보강하고 경쟁제한성 등을 입증할 경제분석을 새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6, 8공구 참여 기업들의 부적정조합 정보 공유행위가 낙찰자, 투찰률, 낙찰가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당시 전원회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입찰가격 정보 공유행위만으로는 직접적인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봤던 공정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건설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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