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일삼던 '미디어 공룡' CJ ENM …"프로듀스 사태는 예견된 일"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9.11.12 11:41

    덩치 키운 CJ ENM, 규제 사각지대 놓여 전횡
    "CJ ENM 계열 PP들, 법정 제재·행정지도 건수가 가장 많아"
    과거 tvN도 노골적인 정치메시지 담은 ‘텔레토비’ 방영해 논란

    CJ ENM(035760)이 운영하는 음악 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사건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규제받지 않는 '미디어 공룡' CJ ENM의 전횡과 부실한 내부 윤리 시스템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 101’ 담당 안모 PD와 김모 총괄 프로듀서(CP)는 지난 5일 업무 방해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엠넷은 시청자들이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지 닷 새 만에 직접 자사 제작진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지난 5일에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사건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PD 개인의 일탈 행위를 넘어 CJ ENM 수뇌부도 연관돼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청자 투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제작진 2명이 구속된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엠넷
    CJ ENM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서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수평·수직적으로 몸집을 키우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CJ ENM은 미디어(방송), 영화, 음악 등 콘텐츠는 물론 콘텐츠 유통, 광고, 홈쇼핑 사업 부문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는 규제 시스템은 정비되지 않아 CJ ENM은 일반 방송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와 규제에서는 자유롭다. CJ ENM은 방송 승인,허가사업자인 기존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와 달리 신고만 하는 방송등록사업자이기 때문이다.

    CJ ENM이 규제의 테두리 밖에서 방만하게 콘텐츠를 제작해온 관행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언론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자율규제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PP 중 CJ ENM 계열 PP들이 방통위로부터 받은 심의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구자들은 2017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심의의결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해당 기간 CJ ENM 계열 PP들의 심의의결 건수는 총 55건으로 전체 182건 중 30.2%로 가장 많았고, 지상파 MBC 계열이 12건(6.6%), 지상파 SBS 계열이 11건(6.0%)이었다. CJ ENM 계열 PP들의 심의의결 건수는 2017년 21건으로 전체 75건 중 28%를 차지했고, 2018년에는 전체 107건 중 34건(31.8%)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이은주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CJ ENM 계열 PP들의 법정 제재와 행정지도 건수가 가장 많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이 유사한 심의 기준을 자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고, 둘 이상의 심의 기준을 동시에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능 채널 tvN이 사실상 보도 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은 풍자쇼 ‘텔레토비’./조선일보 DB
    이는 CJ ENM 계열 PP들의 관계자와 제작자들이 심의 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매우 희박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는 심의 위반이 예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제작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의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CJ ENM 계열 PP는 오히려 전체 평균보다 가벼운 제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CJ ENM은 앞서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반영하면서도 논란을 키웠었다. CJ ENM의 예능 채널 tvN은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앰비’, ‘또’, ‘문제니’, ‘안쳤어’, ‘구라돌이’ 등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문재인·이정희 등 대선 후보들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를 내세운 시사 풍자극 ‘텔레토비’를 반영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락 채널인 tvN이 정치적 메시지 다분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사실상 보도 기능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프로듀스 사태 역시 프로그램 제작부터 앨범 발매까지 전권을 쥔 CJ ENM이 시청률을 높여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전횡을 휘두른 사례라는 분석이다. 방통위 등 전문 기관이 제도적으로 견제하고 제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내부 윤리 시스템도 느슨하게 작동해 생방송 시청자 투표를 조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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