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워커와 '봇 이코노미'가 온다

조선비즈
  • 이영수 오토메이션애니웨어 코리아 지사장
    입력 2019.11.12 10:28

    호주 멜버른대 입학팀은 입학원서 데이터를 내부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입학원서 입력 등 22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추진했고, 단순·반복 업무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연간 1만시간이나 줄였다. 과거에는 검토 절차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합격 통보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제는 우수 학생 선발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 대신 자료 조회, 비교, 입력 등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 ‘봇(bot)’ 덕분에 가능해졌다. 로봇을 줄여 부르는 ‘봇’은 물리적인 기계 로봇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시스템 환경에서 명령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형태의 로봇이다.

    멜버른대는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봇 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 봇을 내려받아 업무에 사용했다. 봇 스토어에서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와 같이 필요한 앱을 검색하고 다운로드 해 이용할 수 있다. 30개 이상의 업무 분야, 500개 이상의 봇을 만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상용화는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누구나 간편하게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앱스토어의 등장으로 앱 생태계가 탄생했다. 앱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앱 이코노미’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에 또 한번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은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가 발간한 2019년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새롭게 생겨나는 스타트업 10곳 중 1곳은 사람보다 ‘디지털 워커(Digital Worker)’와 더 많이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 워커는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처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지, 분석 능력을 결합한 미래형 인력 모델이다. 소프트웨어 봇보다 진화한 형태의 디지털 워커는 사람과 유사하게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디지털 워커에게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맡기고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워커를 실현하는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와 AI(인공지능)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유통, 제조, 법률,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워커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한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구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일에 봇을 도입했다. 단순·반복 업무를 봇이 처리하면서 업무처리 시간 단축과 정확도가 향상됐다. 이러한 변화는 임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는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도 손쉽게 봇을 활용하는 ‘봇 이코노미(Bot Economy)’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봇 이코노미 시대에는 봇 스토어에서 나의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봇을 내려받아 함께 일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는 2022년까지 AI 및 자동화 등 신기술과 관련된 1억33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전자정부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반 디지털 정부로 탈바꿈하고 환경·재난·안전·국방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영역에서 AI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디지털 워커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교육을 통해 임직원의 새로운 시스템 적응을 도와야 하며, 임직원 또한 봇을 업무 지원 인력으로 받아들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봇 이코노미 시대에 디지털 워커와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일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 약력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한국IBM 세일즈 본부
    한국델EMC BRS(백업 및 복구 시스템) 사업부 본부장
    카미나리오(Kaminario)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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