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적용될 동네 가보니…"한남은 분통, 강남은 느긋"

조선비즈
  • 김민정 기자
    입력 2019.11.08 06:02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한 골목. 인근 초등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옷깃을 여미며 발길을 재촉하던 학부모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합원을 찾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노후 주택이 많은 곳이다보니 집주인보다는 세입자가 많은 탓이다.

    어렵게 만난 60대 조합원 이모씨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의 지정 기준이 있기는 한거냐"면서 "괜히 사업추진이 늦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광동과 이태원동, 한남동 등에 걸쳐있는 한남뉴타운은 대형 건설사의 수주 경쟁이 벌어지며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정비사업 현장이 된 한남3구역 등이 있는 곳이다.

    조합 관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한남뉴타운 한 조합 관계자는 "한남뉴타운 안에서도 구역별로 동이 다른데, 어느 구역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정부가 제대로 핀셋 지정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4개동 중 2개동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한다는 것이냐"며 "정부가 우왕좌왕해서 급하게 발표한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전경. /김민정 기자
    정부는 지난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남·서초·송파·강동·마포·용산·성동구에서 27개 동을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했다. 압구정동, 대치동, 한남동, 반포동 등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단지가 몰린 웬만한 곳은 모두 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 발표에 용산구 한남뉴타운 일대는 매수 문의가 뚝 끊긴 모양새다. 보광동 C공인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지정 발표가 난 후 사려는 사람들이 확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 될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오히려 국토교통부 특별점검으로 사업 속도가 늦어질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같은날 찾은 압구정동과 대치동 일대 부동산 대부분은 정부 실거래 합동단속을 피하고자 블라인드를 내리고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문을 연 부동산도 밖에서 볼 때는 문을 닫은 것처럼 불을 꺼뒀다.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주민들이 분양가상한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미성아파트의 경우 추진위원회도 없기 때문에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현대나 한양 아파트는 추진위원회가 있지만 추진위원회에 드는 비용 정도는 충분히 부담 가능한 소유주들이 많아 사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는 압구정동보다 다소 찬바람이 느껴졌다.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최근 신고가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 11층은 지난달 8일 2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1979년 준공 이후 매매된 것 가운데 역대 최고가격이다.

    하지만 최근 호가는 조금 내려가는 중이다. 대치동 E공인 대표는 "이달 초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전용 84㎡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정도 빠졌다"며 "호가는 분위기에 따라 조정되는 것일 뿐이라 당장 아파트 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 G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일주일 전부터 매수 문의가 아예 없다"며 "사는 사람도 없지만, 팔려는 사람도 없다. 소유주들도 재건축이 빨리 될 거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있어 서두르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국 20여개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조합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조합 사무실에 모여 ‘도시정비사업 10대 악법철폐와 규제개혁을 위한 회의’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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