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반도체 회복說, 기재부·한은 ‘갸우뚱’…"불확실성 높아"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19.11.08 06:00

    한은, 금통위 의사록서 "작년 같은 반도체 회복 속도 기대 어려워"
    기재부 "내년 상반기 돼야 안다"…연초 낙관론 비판 의식한 듯

    '반도체 바닥론'이 급부상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단가가 회복세에 들어가면 우리경제를 끌어내렸던 수출도 뒤따라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경기는 미·중 무역협상과 함께 우리 경제를 좌우할 요인인 만큼, 내년에는 1%대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담겼다.

    하지만 조만간 경제전망을 발표할 한국은행과 정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가 회복될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초 '경기낙관론'으로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았던 만큼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인 기재부와 한은이 예상보다 신중한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할 가능성도 감지된다.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모습./연합뉴스.
    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10월 의사록에 따르면 한은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단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기반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적어도 반도체 가격의 경우 다른 충격이 없다면 지금이 저점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향후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금통위원들에게 보고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다만 앞으로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최근의 글로벌 경기상황 등을 감안할 때 2018년과 같은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17~2018년 같은 반도체 호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이같은 언급은 한 금통위원이 '최근 반도체 관련 지표가 저점을 지나거나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년 상반기 회복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한은의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의 견해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금통위원이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나타내자,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 조사국은 오는 29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날 내년 성장률을 포함한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정책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책실무 담당자의 발언에 내년 상반기 반도체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담겨 있어서다. 고광희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지난 5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내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는데, (상반기에) 가봐야 알 것 같다. (반도체 업황에)불확실성은 있다"고 했다.

    조선DB
    정부와 한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시장이 보는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바닥론'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D램의 단가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는 동시에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내년에 강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는 기존 전망대로 3분기에 정상화됐고, D램 재고는 내년 상반기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버 고객들의 본격적인 수요 회복·정상화 시점을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업계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는 D램의 업황 개선에 더해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플레시의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D램 가격은 2020년 2분기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같은 분석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장중 5만3000원(6일), 8만5000원(5일)을 넘어서면서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정부와 한은이 시장과 동떨어진 견해를 나타내는 건 올초 '경기낙관론'을 고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연초에는 하반기 반도체 회복을 전망했다, 하반기에는 연말로 그 시기를 또 늦추면서 '경제전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더군다나 최근 D램 가격이 낮아진 걸 바닥으로 볼 수 있는지, 과거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과 같은 대규모 수요의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기재부와 한은의 신중론이 양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내년 성장률로 2.6%, 2.5%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달리 민간에서는 내년 성장률을 1%후반 내지는 2.0% 안팎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 속성상 민간보다는 높은 수치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간의 전망과 괴리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이 반도체 경기 회복, 미·중 협상 등 경기 상방요인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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