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사이언스 샷] 위스키가 만든 거미줄

입력 2019.11.07 03:12

위스키 증발시킨 후 남은 자국 비교
숙성할 때 생긴 성분이 무늬 만들어… 농도 짙을수록 촘촘한 모양 나타나

과학자들이 위스키를 마시지 않고도 품질을 알아낼 방법을 찾았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의 스튜어트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플루이딕스'에 "위스키가 휘발하면서 나타나는 거미줄 무늬가 브랜드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알코올 농도를 20%대로 희석한 아메리칸 위스키들을 각각 미량 떨어트리고 증발하기를 기다렸다. 이후 현미경으로 위스키 방울이 있던 곳을 확인했더니 다양한 거미줄 모양이 나타났다. 윌리엄스 교수는 "위스키가 불에 그슬린 오크통에서 숙성하면서 생긴 분자들이 만든 무늬"라며 "이 분자들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疏水性)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아메리칸 위스키 잭대니얼, 짐빔, 메이커스 마크가 휘발하면서 남긴 거미줄 무늬.
왼쪽부터 아메리칸 위스키 잭대니얼, 짐빔, 메이커스 마크가 휘발하면서 남긴 거미줄 무늬. /미 루이빌대
아메리칸 위스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켄터키주 버번에서 유래한 버번 위스키가 가장 유명하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50% 이상 사용해 80도 이하로 증류한 뒤 새 오크통에서 2년 이상 숙성시킨 술이다. 짐 빔, 메이커스 마크가 대표적인 브랜드다. 미국산 위스키로 유명한 잭 대니얼은 테네시주에서 만들어 테네시 위스키라고 하지만, 역시 아메리칸 위스키에 속한다. 실험에서 메이커스 마크가 잭 대니얼보다 더 복잡한 거미줄 무늬를 보였다.

거미줄 무늬가 나타나는 과정은 이렇다. 위스키에 퍼져 있던 소수성 분자들은 알코올을 희석하면서 추가한 물에 의해 표면으로 몰린다. 이후 액체들이 증발하면서 표면에 있던 소수성 분자들이 독특한 무늬로 남는다. 특히 거미줄 무늬는 알코올 농도 20%대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 그보다 농도가 짙으면 전체적으로 균일한 무늬를 보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위스키 농도가 짙으면 물이 적어 소수성 분자들을 위스키 방울 표면으로 내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농도가 10%로 낮아지면 위스키 방울의 표면 전체를 덮을 만큼 소수성 분자가 많지 않아 커피 얼룩처럼 가장자리만 짙은 무늬를 보였다.

위스키가 남긴 무늬를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다양한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가 증발하면서 생기는 무늬를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했다.〈본지 2016년 8월 27일 자 D2면 기사 참조〉 주당(酒黨) 과학자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연구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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