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사업도 돈 되는걸 보여드리죠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9.11.07 03:12

    [창업의 밑거름, 벤처투자자] [9]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산은 200억, SK 100억, 쏘카 80억… 국내 최대 임팩트 투자 펀드 조성
    학교 못가도 혼자 공부하는 앱 등 공익·수익 동시추구 기업에 투자

    SK그룹KDB산업은행,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공동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임팩트(impact)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나 기업을 키워내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말한다.

    7일 출범하는 이번 펀드는 KDB산업은행이 200억원, SK그룹이 100억원, 이재웅 대표가 8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임팩트 투자로 유명한 벤처투자업체 옐로우독SK증권의 PEF(사모펀드) 계열사 SKS PE도 각각 20억원씩 출자해 총 420억원 규모로 설립한다. 내년 1분기까지 80억원을 추가로 모집해 규모를 5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내 임팩트 투자 펀드로는 최대 규모다.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재무적 성과도 내면서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는 '임팩트 유니콘'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옐로우독은 교육·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해왔다. /고운호 기자
    이번 펀드를 기획하고 운영까지 맡게 될 옐로우독의 제현주(42) 대표는 지난 4일 "이번 펀드는 초기 단계 투자에만 집중했던 기존 임팩트 펀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토종 임팩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익과 공익 동시에 추구

    이날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제 대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수익을 내는 게 최근 창업 트렌드"라며 "임팩트 투자 펀드뿐만 아니라 일반 벤처투자업체들도 이런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옐로우독은 교육·환경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전문 투자하는 국내 첫 임팩트 벤처투자업체다. 지금까지 22개 스타트업에 490억원을 투자했다.

    옐로우독이 투자해온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제 대표의 투자 철학이 드러난다. 곡물로 만든 직화구이용 고기와 만두소를 선보인 지구인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제 대표는 "농가를 도우면서 새로운 시장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옐로우독의 첫 투자 이후 지구인컴퍼니는 미시간벤처캐피털·에이벤처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에누마는 아프리카·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아동들, 등교가 어려운 장애아들이 학교·교사 없이도 게임하듯 쉽게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토도수학' 앱을 서비스한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후원한 지난 5월의 아동 교육용 스타트업 경진대회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세계 198개 참가 기업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이 900만달러가 넘는다. 제 대표는 "에누마 서비스는 모든 아이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교육 시스템의 비용을 줄이고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대표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문제 해결" 두 가지다. 그는 "두 기준을 동등한 비중으로 분석한다"며 "우리의 투자 대상에 오르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로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먹힐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외 PEF도 임팩트 투자 열풍

    해외에서는 자본주의 최전선이라고 할 PEF 업계에서 임팩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베인캐피털·TPG캐피털·KKR·아폴로캐피털 등이 모두 임팩트 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펀드 규모도 10억∼3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크다. 제 대표는 "사모펀드가 임팩트 투자를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며 "고객의 자금을 받아서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수익률이 담보되지 않으면 펀드를 조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서도 임팩트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제 대표도 오랫동안 자본시장에서 근무한 전문 투자자 출신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를 거쳐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 등을 거쳤다. 제 대표는 "임팩트 투자는 수익성이 없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오해"라며 "우리는 절대 수익을 희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SK그룹, KDB산업은행이 함께 힘을 모은 것도 임팩트 투자가 더 이상 사회공헌 수준이 아니라 실제 사업적으로도 충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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