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넷플릭스 비켜" 아이언맨·오프라 출격한다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9.11.07 03:12

    [Close-up] 400조 시장 잡아라… 불붙은 OTT 전쟁
    - 애플, 아이폰 구매하면 1년 무료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 등 방영… 콘텐츠 적지만 月4.99달러 저렴
    - 디즈니와 AT&T, 콘텐츠 강자
    디즈니 아이언맨·알라딘 등 방영… AT&T, 왕좌의 게임 등으로 승부
    - 年 17%씩 초고속 성장
    시장 규모, 스마트폰과 비슷… 한국은 초기 출시지역서 제외

    미국 넷플릭스가 독주해왔던 세계 OTT(유료 스트리밍) 시장에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압도적인 하드웨어 시장 지배력을 지닌 애플, '콘텐츠 왕국'이라 불리는 디즈니가 잇따라 독자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글로벌 OTT 시장 패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여기에 미국 2위 통신업체 AT&T도 자회사 워너미디어를 통해 'HBO 맥스'라는 서비스의 내년 출시를 선언했다. 넷플릭스 1극 체제였던 OTT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넷플릭스 타도'의 선봉에 선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1일(현지 시각)부터 전 세계 100여국에 '애플 TV +(플러스)'를 출시했다. 전 세계에 깔려 있는 10억 대 이상의 아이폰·아이패드가 애플의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 사용자들은 별도로 앱을 다운로드받고 계정을 등록할 필요 없이 선(先)탑재된 애플 TV 앱을 통해 간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모든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에게 일주일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지난 9월 10일부터 애플 기기를 새로 구매한 사용자들에게는 1년간 무료 이용권을 뿌리고 있다. 경쟁자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마케팅이다. 월 요금도 4.99달러로 시장 1위 넷플릭스(월 12.99달러)의 38% 수준이다.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수가 9종에 불과한 취약한 콘텐츠 경쟁력을 어떤 식으로 조기에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OTT 최강자 넷플릭스
    반면 디즈니와 AT&T는 압도적인 콘텐츠 경쟁력이 최대 강점이다. 세계 최대 콘텐츠 업체 중 하나인 디즈니는 12일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인다. 디즈니 플러스에는 자사 핵심 콘텐츠인 디즈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콘텐츠가 총동원될 전망이다. 콘텐츠 장르도 SF(공상과학)부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으로 다양하다. 디즈니는 OTT 시장 출사표를 던지며, 넷플릭스에 공급해왔던 자사 콘텐츠를 모두 제외시키는 승부수도 던졌다. '디즈니 콘텐츠를 보려면 디즈니 플러스로 오라'는 것이다. 이용 요금도 월 6.99달러로 넷플릭스의 반값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디즈니 등은 콘텐츠

    AT&T의 'HBO 맥스'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최고의 드라마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왕좌의 게임·프렌즈·빅뱅이론 등의 드라마의 판권을 가진 채널이 바로 HBO이기 때문이다. 특히 프렌즈는 넷플릭스에서 재생 횟수로 2위를 기록한 콘텐츠였다.

    AT&T의 약점은 비싼 가격이다. HBO 맥스의 이용 요금은 월 14.99달러나 된다. HBO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은 뜨거운 인기를 누릴지도 미지수다. AT&T는 내년 5월 HBO 맥스 출시 이후 5년간 미국 이용자 5000만명, 글로벌 이용자 2500만~4000만명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콘텐츠 파트너들이 잇따라 적으로 돌아서면서 비상이 걸린 최강자 넷플릭스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수성에 나섰다. 작년에만 이미 120억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150억달러, 내년에는 180억달러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100여편, 내년에는 13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출시를 목표로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도 좀비 사극 '킹덤', 영화 '옥자',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미스터 선샤인'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1억5000만명에 이르는 기존 유료 회원을 단단히 묶어두면서,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OTT 시장에도 본격적인 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앨리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유료 스트리밍 시장은 2017년 974억달러였다. 연평균 16.7%씩 성장하고 있는 시장은 2025년에는 3325억달러(약 385조87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약 5000억달러)에 필적할 정도다.

    OTT 시장, 스마트폰 시장과 맞먹어

    한국 소비자들은 그러나 당장 변화를 느끼기 힘들 전망이다. 일단 애플 TV 플러스는 한국을 초기 출시 지역에서 제외했다.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 AT&T의 HBO 맥스 역시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지 미지수다.

    대신 한국에서는 토종 OTT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Wavve)'를 내놨다. SK텔레콤의 웨이브와 지상파 3사의 푹을 통합한 서비스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독점 제공하면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CJ ENM도 JTBC와 손잡고 기존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웨이브의 경우 출시 한 달 반이 지났지만 과거 서비스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CJ ENM 역시 JTBC와의 합작 법인 설립 발표 이후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국 OTT 기업들이 혁신적이고 참신한 오리지널 콘텐츠와 서비스를 내놓지 못한다면 글로벌 강자들에게 국내 시장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다들 OTT에 뛰어드나]

    소비자들의 콘텐츠 시청 행태는 이미 바뀌었다. 과거엔 인기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은 방송사가 제작해 케이블·IPTV(인터넷TV) 등을 통해 서비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이 같은 공식은 깨졌다. 미국에서는 '코드 커팅'(케이블 선 절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케이블TV 해지율이 올라갔고, TV 대신 스마트폰·태블릿PC로 영상을 보는 젊은 소비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콘텐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TV가 아니라 스마트폰용 스트리밍 서비스를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초고속·초저지연의 특성을 가진 5G(5세대) 이동통신이 내년부터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그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5G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용량이 큰 고화질 콘텐츠를 더 빠르게 서비스할 수 있다. OTT(유료 스트리밍)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애플과 AT&T는 성장세가 꺾인 기존 주력 사업을 뒷받침할 만한 신규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정체 상황이고, AT&T는 미국에서 버라이즌·T모바일 등과 출혈 경쟁 중이다.

    콘텐츠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은 키우고,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OTT(Over The Top)

    TV나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스트리밍(실시간 중계) 서비스. Over The Top에서 Top은 기존 케이블TV·IPTV에 있는 셋톱박스를 의미한다. 비싼 케이블TV 가입비·이용 요금을 낼 필요가 없고 한 콘텐츠를 PC·스마트폰·태블릿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나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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