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조국 집회' 2개월, 그들이 광화문에 나온 이유는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9.11.04 17:04 | 수정 2019.11.04 17:08

    지난 주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으로부터 한 장의 인증사진을 받았다. 사진 속 지인은 3호선 경복궁역 앞에서 ‘조국 수사 엄정히 하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 참석을 한 것이다. 평소 ‘정치’의 ‘정(政)’도 꺼내 본적 없던 사람이라 의외였다. 그는 "진보, 보수 등 진영 논리가 아니라, 학부모로서 화가 났다"며 "속았다는 배신감과 인턴이나 스펙 쌓기 등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박탈감에 집회를 처음 나오게 됐다. 대통령이 말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이런 모습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의와 공정이 화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서울 도심에서는 집회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집회를 취재해봤지만, 보수 집회에 요즘처럼 ‘처음 참가했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집회 곳곳에서는 "정의와 공정이 죽었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실감의 당사자인 2030세대는 물론, 부모인 4050세대까지 실망과 허탈감에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지난 1일 광화문에서는 만난 대학생 수백명도 "정의와 공정을 살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16개 대학이 동참한 ‘공정추진위원회’는 이날 집회를 갖고, "이것이 정의인가" "누굴 위한 정부인가, 우리도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오른 한 학생은 "청년들의 시대정신인 공정이 무너졌다"며 "정권이 바뀌면 더 정의롭고 좋은 세상이 될 줄 알았는데, 약속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했다.

    정부는 삶의 터전에서 땀을 흘리고, 학업과 취업 준비에 바빠야 할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국민과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권의 대응은 아쉬웠다.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발표 없이 ‘송구’라는 말뿐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갑자기 대입 정시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문제를 제도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 사태 책임론에 몰렸던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매우 송구하다"는 말만 남겼다. ‘송구가 사과’인지 재차 묻자, 이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조 전 장관 사퇴 후 16일 만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뒤늦은 사과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취임 30개월,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여권은 정의와 공정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은 국론을 분열시켰고, 정부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옛말에 ‘어물쩍 넘어가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말이 있다. 광화문 광장에 선 대학생과 학부모의 분노에 정부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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