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도 탐내는 6100명 치매 빅데이터... 규제막혀 광주서만 쓰게될 판

조선비즈
  • 김태환 기자
    입력 2019.11.04 11:40 | 수정 2019.11.04 16:55

    광주 거주 2만여명 대상 진행한 치매 뇌지도사업
    발병 위험 높은 6100명 건강상태 추적 관찰중
    美 국립보건원도 관심... 50억 지원 공동연구 제의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 장벽 막혀 제갈길 못 찾아

    한국인의 치매 빅데이터가 개인정보보호 등 규제 장벽에 막혀 제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전남 광주지역 거주 60세 이상 인구 2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의 코호트 조사(특정 인구집단 추적조사) 결과(이하 광주 치매 빅데이터)가 광주 지역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반쪽 데이터로 전락할 처지다.

    과학 데이터 시각화 경진대회인 '2017 더 비지스(The Vizzies)'에서 뇌를 시각화한 그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광주 치매 빅데이터는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3년 시작한 치매 뇌지도사업의 성과물이다. 연구단은 해당 사업 과제로 2016년 5월 치매 예측 원천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치매 연구에 기초가 되는 장기 사회인구조사 자료가 모였다.

    이같은 사회인구조사 결과는 지역, 연령, 성별, 유전정보 등을 기초로 특정 질병의 원인과 영향 등을 조사하는 기반이 된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치매 무료 검진을 실시한 2만여명 중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약 6100명의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 중이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광주 치매 빅데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에 2년간 50억원 지원을 약속하며 4000명 대상의 한국인 치매 발병 유전체 정보 연구를 함께 하자고 제의한 상태다.

    광주 치매 빅데이터는 약 6700건의 뇌 MRI 영상에서부터 약 8000여건의 개인 유전체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에 따르면 개인 신상, 유전체 정보 등을 국가 심의 승인 연구소나 의료기관 이외 다른 장소에서 연구하거나 주고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이번 미국 NIH와의 공동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에서 국내 연구자산의 해외 유출 여부 등을 심의해 결정된다. 한국연구재단측은 문제없다며 사실상 승인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우리가 먼저 확보한 연구 데이터에 대해 해외 보건당국이 관심을 갖는 사이 국내 연구 활용도는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은 빅데이터 데이터베이스(DB) 센터를 통해 지역 인구조사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활용한다. 실제 미국 치매 발병 관련 의료임상조사인 ‘ANDI’에 15년간 약 2600억원이 투입돼 나온 치매 관련 유전체 정보와 신경검사, MRI 뇌영상 정보가 미국 각 지역에 위치한 57개 센터에서 연구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가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지역 내 AI(인공지능) 산업단지를 만들고 규제자율특구로 지정해 치매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규제자율특구 내에서는 의료 빅데이터 이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마련중인 국가치매DB센터 운영계획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70%, 지자체 20%, 민간지원 10%의 비율로 예산으로 투입된다.

    손경종 광주광역시 전략산업국장은 "광주 AI 산업 클러스터 추진 사업에 국가치매DB센터 설립을 넣었다"며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기술자율특구로 승인되면 지역 내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쓸 수 있고, 향후 관련 법 개정 등의 단계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치매국책연구단 사업을 시작한 과기정통부는 해당 센터 설립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광주 지역 내에 설립하면 해당 지역 기업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다 당장 관련 법 개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기정통부는 내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치매극복 연구개발 사업을 실시할 계획으로 국가치매DB센터 설립에 별도 예산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은 양 부처가 1대1로 총 1694억원을 투입해 치매 발병 원인을 밝히는 기초 연구부터 예방 치료 기술 실용화까지 전주기 지원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치매DB센터의 설립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서면 답변으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을 맡는 주관 연구기관이 향후 우리나라 치매 R&D의 구심점으로서 ‘국가 치매연구센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간 축적된 성과와 데이터가 사장되지 않고 활용되도록 지속적인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선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 과장은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면 복지부와 유전체 정보·임상 정보 DB를 구축하는 방안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 광주 치매 빅데이터 활용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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