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탈(脫)통신하는 SKT-KT, 통신업 집중하는 LGU+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19.11.04 06:00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기업이라 하면 전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통신사를 이야기할 때 글로벌 ICT·전자 기업들과 같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이 새로운 이미지로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5G(5세대) 통신 상용화 이후 통신 업계의 대응 전략이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종산업 간 융합을 일으키는 5G로 인해 통신 기업도 체질 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국내 무선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2위 KT는 탈(脫) 통신을 외치며 각각 ‘뉴(New) ICT 기업’, ‘AI 컴퍼니(전문기업)’를 회사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정했습니다.

    통신업 특성상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되기 힘들고, 매출이 증가해도 수익 개선 여지가 적습니다. 이에 기업의 체질 변화를 통해 내수에 의존하던 통신업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모습입니다. 해외 기업들과 협력을 통한 글로벌 진출 및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우선 SK텔레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절반 가까이가 비(非) 무선(이동전화) 사업에서 창출됐습니다.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 등 비 무선 매출 비중이 45%를 넘어선 것입니다.

    SK텔레콤이 신(新) ICT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그동안 통신업계 최대 먹거리였던 무선 사업의 한계성 때문입니다. 현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2017년 9월부터 선택 약정할인도 20%에서 25%로 상향됐습니다. 통신사들은 이때부터 무선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으며, 올해까지도 선택 약정할인 누적 가입자가 늘면서 관련 수익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SK텔레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디어 영역에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올해 4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추진을 발표하고, 9월에는 지상파 3사와 통합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를 출범 시켰습니다.

    웨이브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콘텐츠웨이브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웨이브는 10월 말 기준으로 14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 2023년 목표인 500만 달성까지 순항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외부 펀딩 본계약을 맺고, 매년 4~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 SK텔레콤은 보안 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 물리 보안업계 2위 기업인 ADT캡스를 인수하고, SK인포섹도 자회사로 편입시켰습니다. 두 회사는 공동으로 신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선보이며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커머스 영역에서도 11번가, SK스토아, SK브로드밴드를 커머스 사업부로 편입시키며 매출 증대 효과를 봤습니다.

    특히 SK텔레콤은 ICT 타 업종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약점을 보완한다는 전략입니다. 몇 가지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엑스클라우드’ 파트너십을 통해 구독자 기반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을 계획 중입니다. 카카오와도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동맹을 맺고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ICT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KT는 지난달 30일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재탄생을 알렸습니다. 최근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AI입니다. AI 역량을 강화하면 어떤 산업에서도 잠재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KT가 AI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AI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기업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T 홍보모델들이 KT의 AI 디바이스들을 소개하고 있다. /KT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최고경영자) 레터를 통해 "134년의 역사를 가진 KT그룹은 AI 전문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KT는 앞으로 4년간 AI 기술개발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전문인력도 1000명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황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차기 회장이 누가 되더라도 AI 전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은 더 강화될 것이란 게 KT의 설명입니다.

    KT는 AI 사업 확대를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사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활용한 AI 호텔의 경우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중동 지역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2017년 1월 말에 첫 선을 보인 KT의 AI 기기 기가지니는 출시 1000여일 만에 국내 AI 스피커 중 최초로 가입자 200만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KT는 공장, 보안, 에너지, 고객센터 등에도 AI를 적용합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AI 고객센터는 2020년 선보입니다. AI 고객센터는 상담 어시스턴트, 음성기반 고객인식, 고객불만 자동분류 등 기능을 갖췄습니다.

    이와 함께 KT는 화자분리와 음성추출 기능을 통해 회의록을 자동 작성해주는 서비스와 상품 불량을 선별하는 서비스, 이용통계 추출과 같은 무인편의점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이 엔비디아 젠슨 황 창업자 겸 CEO와 엔비디아 사옥에서 만나 사업 협의를 했다. /LG유플러스
    반면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와 달리 미디어 사업 외에 ICT 타 업종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LG의 경우 계열사별로 사업 영역이 명확히 구분돼있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자율주행, 로봇, 클라우드 등 여러 분야에서 LG전자, LG CNS 등과 중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계열사들 간 협력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입니다. 그러나 독자적인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 대신 단순히 망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습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입니다.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통신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입니다.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인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자사 PG사업부를 3000억원대에 매각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매각 자금을 통해 5G, 유료방송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입니다.

    앞으로 ICT 여러 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는 SKT, KT와 통신업에 집중하는 LG유플러스 중 어떤 기업이 웃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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