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시장 놀라게 한 타다 기소…모빌리티 혁명의 꿈, 물거품 위기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10.31 06:00 | 수정 2019.10.31 10:31

    "한국의 유명 카셰어링(차량공유서비스)업체 대표가 기소됐다고요? 세상에…"

    30일 ‘BMW 다이얼로그 2019’ 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써밋갤러리. 이날 행사에 참석한 BMW그룹 독일 본사 관계자들은 최근 승합차호출서비스업체 타다의 경영진이 검찰에 기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한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독일은 정부가 자동차업체와 택시업계,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혁신을 위한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28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면허 없이 불법 유상여객운송 서비스를 한 혐의로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와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이재웅 쏘카 대표(오른쪽)가 지난 2월 타다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쏘카 제공
    검찰이 지난 28일 타다의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자,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명으로 가는 길을 정부가 앞장서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는 차량 전동화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타다는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해 "택시 면허가 없는 사람은 돈을 받고 승용차에 승객을 태울 수 없다"는 현행 운수사업법의 틈새를 파고 들었지만, 검찰의 경영진 기소로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이번 검찰의 쏘카 경영진 기소는 국내 차량공유 시장에 내려진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전세계가 ‘모빌리티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모빌리티 후진국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차량공유시장 앞서가는 美·中…‘불모지’였던 유럽도 변화 물결

    벤츠와 BMW가 손잡고 올해 출범한 차량공유서비스 프리나우는 이미 독일과 영국 등 유럽 9개국의 100여개 도시에서 이용되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프리나우 운전사/프리나우 홈페이지
    현재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을 기반으로 지난 2009년 출범한 우버는 전세계 63개국, 6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이용건수도 1500만건을 넘어선다.

    역시 미국에서 시작된 리프트도 최근 몇 년간 성장을 거듭하면서 현재 우버와 북미 시장의 양대 강자로 떠올랐고 중국 디디추싱도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시장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입지를 굳혔다.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속속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사업으로 차량공유서비스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6년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자체 차량공유서비스인 메이븐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차량공유서비스의 ‘불모지’로 꼽혔던 유럽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10억유로를 공동으로 출자해 차량공유서비스 ‘프리나우’를 출범하고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리나우는 택시 호출서비스를 주로 하지만, 최근 개인 사업자 가입을 늘려 우버와 비슷한 형태의 라이드셰어링(호출형 차량공유)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 한국은 택시업계 반발에 좌초 위기…현대차 투자도 해외로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 역시 차량공유서비스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칼라일그룹과의 대담에서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공유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그룹의 차량공유서비스 투자는 대부분 해외에서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의 규제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인해 여전히 공유서비스가 전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우측)과 앤서니 탄 그랩 설립자 겸 CEO가 지난해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현대차는 지난해 동남아 최대 라이드셰어링업체 그랩에 2억7500만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올해는 인도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올라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모빌리티 플랫폼업체인 미고와 호주기업인 카넥스트도어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소규모로 진행했던 투자도 결국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현대차는 2017년 국내 카풀서비스 스타트업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지만, 택시업계가 법인차량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며 반발하자 결국 1년도 안돼 보유한 지분을 전량 카카오 모빌리티에 매각했다.

    ◇ 갈팡질팡하는 정부·정치권…박영선 "檢 기소 잘못" vs 김경진 "타다 폐쇄돼야"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차량공유서비스 시장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0일 검찰의 타다 경영진 기소에 대해 "검찰이 너무 전통적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은 법이 기술 발달로 앞서가는 시스템을 쫓아가지 못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에서 개최된 제로원데이 2019에 참석한 박영선(왼쪽 앞에서 두 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정의선(왼쪽 앞에서 첫 번째)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그는 "국회가 사회 변화에 맞춰 빠르게 법을 고쳐줘야 한다"며 "타다의 경우 국회에 법안이 상정되고 한두달이 지나면 통과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바로 전날 국회에서는 박 장관의 의견과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카카오 카풀로 시작해 타다로 이어진 불법 유사택시업체의 위법행위가 이번 검찰 기소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타다의 차량 운행도 신속히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현대차의 ‘미래차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강국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재 상황에선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개선과 각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할 정부, 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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