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기소한 다음 날인 29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법령에 쓰인 그대로 (타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세종시에 내려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도 만났고 로펌의 법률 검토도 받았다. 그런데 어제 검찰의 판단은 참 씁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젠 법마저 믿을 수 없는 것이냐'는 항변이었다.

타다는 기름값, 차값 다 비싼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로만 영업한다. 이용자가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순간 '승합차를 렌트하고 운전기사를 함께 소개받았다'는 계약을 자동으로 맺는 절차도 거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인 서비스다. 그게 한국에선 합법적으로 사업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인 탓이다.

현행 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카풀 말고는 택시 면허 없는 사람이 돈 받고 승객을 못 태운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우버 이래 모든 차량 공유 업체가 이 법에 걸려 좌초했다. 24시간 카풀을 내세운 우버는 퇴출됐고 뒤를 이은 한국 업체들도 줄줄이 철퇴를 맞았다. 일부 업체가 출퇴근 카풀로 연명했지만 출퇴근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생겨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업계가 찾아낸 유일한 출구가 여객운수법 시행령 18조 1항, '11~15인승 승합차 렌터카에는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었다. 타다같은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혁신의 마지막 숨구멍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가 낳은 기형적인 서비스지만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마저 '불법' 딱지를 붙였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 400여 업체로 구성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29일 "유일한 합법 승차 공유 서비스마저 불법으로 규정당했다"며 "정부, 국회, 검찰 모두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타다의 사례는 혁신의 시곗바늘이 멈춰 선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일 뿐이다. 전 세계에서 다 되는 서비스·사업도 한국만 오면 규제에 걸린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31곳은 한국에선 사업조차 못 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법적 토대인 '데이터 3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거의 1년째 먼지가 쌓이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회적 갈등을 방관하는 정부, 표밭만 챙기는 정치권 모두가 공범"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타다 불법 논란이 불거진 지난 1년 "택시 업계와 (타다 같은) 플랫폼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28일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자 국토부 내에서는 "정부는 정부 일을, 검찰은 검찰 일을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29일 "검찰이 기소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나올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택시 업계와 타다 간 갈등이 커져 공식적인 유권해석이 필요한 순간에는 정작 침묵해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29일 본지 통화에서 "타다를 불법으로 생각했다면 국토부는 진작 제재를 했을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요금을 올려라'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주문한 것만 봐도 우리를 합법 서비스라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마저 막으면 도대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타다처럼 법의 예외 조항에 기대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도 좌불안석이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파'도 지난 8월 택시업계에 의해 여객운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맏형 격인 타다가 기소당한 만큼 파파도 법정 다툼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