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 법 검토 받았는데"…타다 기소에 "정부 신의성 무너졌다" 비판 쏟아져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9.10.29 13:20

    "시작한지 1년 넘고 사용자 130만명에 달한 서비스 하루아침에 불법이라니..."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기소에 대한 스타트업·모빌리티(이동수단) 업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안정된 사업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데,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창업가의 혁신 의지를 꺽는 조치라는 지적과 함께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논의되는 이 시점에 검찰이 굳이 기소를 할 필요가 있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 28일 검찰에 기소된 타다의 박재욱 브이씨엔씨(VCNC) 대표는 29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종시에 내려가 국토부 관계자들도 만났고, 법률 검토도 받았다"며 "창업자인 저로선 검찰의 판단이 씁쓸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2월 타다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타다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제공,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운영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여객운송(유료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와 VCNC의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정책 당국인 국토교통부와 꾸준히 논의를 진행했고 법령대로 서비스를 준비해왔는데, 하루 아침에 범죄자로 몰린 셈이다. 박 대표는 타다를 만들어 1년 넘게 운영해왔다. 현재 서비스 이용자는 130만명, 타다 드라이버는 9000명 수준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규제(법률·정책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로 움직인다는 사실에 기반해 법령에 있는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었다"며 "경찰 수사도 있었지만 ‘협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재웅 대표 역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불구속 기소된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네이버 행사에서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규제의 벽을 과감히 허물어 우리 인공지능(AI) 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겠다고 오늘 이야기하고, 오늘 검찰은 타다와 쏘카, 그리고 두 기업가를 불법 소지가 있다고 기소했다. (타다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법에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경찰도 수사후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판단이 씁쓸하다. 우리나라의 혁신 경쟁력과 속도가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그는 이어 "(타다는) 국토부도 1년 넘게 불법이니 하지말라고 한 적 없는 서비스이자 현실에서 AI 기술을 가장 많이 적용하는 기업 중의 하나"라며 "할 말은 많습니다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의 반응도 비슷하다. 정부 정책의 원칙이 모호하고 일관성, 신의성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스타트업 서비스가 사회 갈등을 불러올 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면 문제를 푸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원칙은 소비자 후생 증진과 미래 국가·사회 방향과 일치하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법이 만능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법은 언제나 사회 변화에 후행한다. 사람들이 모여 고치면 되는 종속 변수"라며 "과거 헤드헌터(인재 스카우트 전문가)들이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잡혀 들어간 사건이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고시를 개정해 해결했다. 타다 역시 국토부에서 전향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창업가들의 혁신 의지를 꺾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창업가는 "검찰이 아이디어형 서비스에 기소 의견을 낸 것은 법적으로 옳고 그름을 넘어 글로벌 자본, 인재들에게 ‘한국에 가면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우왕좌왕 갈팡질팡 정부는 할말 없다"고 꼬집었다. 다른 창업가 역시 "한국은 혁신 창업가들이 사업하기 위험한 국가"라며 "안전한 삶을 살려면 학원 강사나 공무원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 검찰이 나설 필요가 있었냐는 주장도 나왔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행정부의 판단을 꼭 사법부가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고 개정법이 국회에 나와 있는 시점이었다"며 "검찰이 판단을 보류하고 국회 논의를 지켜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구 변호사는 또 "타다는 현재 법적으로 렌탈업(렌터카) 서비스를 하고 있다. 택시 서비스로 보고 규제한다는 건 택시가 모든 운수업의 최상단에 있다고 전제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타다는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34조와 시행령 18조에 기반해 사업을 시작했다.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할 경우 자동차대여사업자의 기사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 알선과 관련한 별다른 제한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은 타다를 택시처럼 이용하지만, 차량 호출이 이뤄지면 전자문서를 기반으로 타다와 이용자 간의 자동차 대여계약이 자동으로 체결된다.

    그러나 검찰은 타다의 현행법 위반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11~15인승 승합차 예외조항’은 차량 렌트 사업에 적용되는 것인데, 타다의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렌트 사업이 아니라 택시와 유사한 유상 여객운송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이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타다 불법파견 행정처분 촉구대회’를 열고 있다. /최상현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정치권과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다가 혼란을 부추겼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3일 서울 개인택시 운전자 1만명(주최측 주산)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를 금지하는 법안 마련을 국회에 촉구했다. 24일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현행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의 기소만으로 현재 운행 중인 타다에 행정처분을 내리긴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나올때까지 현재 1400대 규모로 운영 중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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