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간 IT 기업가 "농업이 블루오션"

입력 2019.10.29 03:11

- 스마트팜 '그린랩스' 안동현 대표
온라인 쇼핑몰 '쿠차' 경영하다 2014년 매각하고 딸기 재배… 농가에 첨단농법 시스템 구축
"한국 농업 가장 혁신적 산업될 것"

지난 10일 충남 천안시 입장면의 한 딸기 농장. 스마트팜 구축 업체 그린랩스의 안동현(38) 대표가 온실형 농장 입구에 있는 전신주 모양 기둥을 가리켰다. 안 대표는 "여기 상단에 부착된 센서가 외부의 온·습도, 풍향·풍속, 이산화탄소 농도, 강수 등을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전송한다"며 "이 데이터를 토대로 딸기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기온이 떨어지자 세 겹으로 된 온실 비닐막 중 하나가 자동으로 닫혔다. 6000㎡에 달하는 온실형 농장 내부에도 이런 센서들이 실내 환경을 체크했다. 땅의 습도가 낮아지자 딸기밭 이랑을 따라 길게 연결된 수도관에서 물이 나와 밭을 적셨다. 안 대표는 "농부는 스마트폰으로 딸기 생육 환경을 수시로 살필 수 있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농업은 가장 혁신적인 산업 분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으로 간 IT 전문가

안 대표가 2017년 설립한 그린랩스는 농가에 첨단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업체다. 비닐하우스·유리온실과 같은 원예 시설에 접목해 온실 안팎의 온·습도부터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데이터화해 적절한 생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시스템이다. 안 대표는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선 6000㎡ 농장을 자동화하는 데 약 1억원이 들지만 우리는 2000만원 선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작 면적이 좁고 스마트팜 운영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 농촌 상황에 적합한 한국형 스마트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농업인으로 변신한 IT(정보기술) 전문가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가 지난 10일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있는 한 딸기 농장에서 딸기 밭을 따라 이어져 있는 자동 급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업인으로 변신한 IT(정보기술) 전문가 안동현 그린랩스 대표가 지난 10일 충남 천안시 입장면에 있는 한 딸기 농장에서 딸기 밭을 따라 이어져 있는 자동 급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미국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지난해 75억3000만달러(약 8조8000억원) 규모였던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20년 135억달러(약 15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스마트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그나마 해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한국의 스마트팜이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400여 농가가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안 대표는 2010년 모바일 기반 온라인 쇼핑몰 '쿠차'를 공동 창업하고 경영을 총괄해온 IT 전문가 출신이다. 쿠차는 앱 누적 다운 횟수 1600만, 연매출 3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안 대표는 2014년 쿠차를 매각하고 대신 농업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심화한 온라인 쇼핑몰 대신 IT를 접목한 혁신 농업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농촌으로 눈을 돌렸다. 안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대부분 산업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이고 농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경작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는 평균적으로 생산량이 30% 늘고 인건비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물론 농가들 역시 스마트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직거래 노하우로 농가 소득 증대할 것

안 대표는 현재 온실·비닐하우스 등 시설 원예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축산·수산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린랩스는 스마트 곤충농장에서 사육한 굼벵이와 스마트 양식장에서 키운 문어를 이용한 숙취해소제를 내놓기도 했다. 품질은 좋지만 모양이 예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과일'을 직거래하는 쇼핑몰도 내놓았다.

안 대표는 "소비자가 1만원을 주고 농산품을 사도 실제 농가에 돌아가는 수익은 5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쿠차를 운영하며 닦은 온라인 유통 노하우를 접목해 농가와 소비자 간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농작물 생산 관리, 유통 관리, 판로 연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농부들이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안동현 대표는 "그린랩스를 아시아 1위 농장경영 시스템 구축 업체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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