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나이키맨 신화… JUST DO EAT 도핑 스캔들에 발목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9.10.28 03:12

    [Close-up] "일단 해봐" 외치던 나이키 CEO 마크 파커, '일단 약물 해봐' 묵인 의혹… 14년만에 사임하기로
    - 나이키의 스티브 잡스
    40년前 정치학도였던 청년, 운동화 디자이너로 나이키 입사
    신발에 미친 '슈독'으로 생활… 에어맥스 등 만들며 승승장구
    - 앞만 보고 달렸나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던 나이키… 소속 육상선수들 금지약물 사용
    코치는 "CEO 알고 있었다"증언… 조직적 개입 의혹에 휩싸여

    14년 동안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를 이끌어온 최고경영자(CEO) 마크 파커(64)가 내년 1월 사임한다고 최근 밝혔다. 후임은 나이키 이사회 멤버이자 이베이 최고경영자를 지낸 존 도나호(59)가 내정됐다. 파커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에 외신은 '최근 나이키가 육상 선수들에게 조직적으로 도핑을 했다는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한다.

    마크 파커 나이키 CEO
    /그래픽=양인성
    1979년 나이키에 입사한 파커는 나이키에서만 40년을 일하며 '나이키의 스티브 잡스'로 불렸다. 2015년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을 제치고 포천지가 선정한 '올해의 경영인' 1위에 올랐다. 당시 포천지는 "더 이상 오를 곳 없어 보였던 나이키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나이키의 기틀을 다진 이가 창업자 필 나이트(81)였다면,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인물이 파커라는 것이다.

    나이키의 잡스이자 '슈독(Shoedog)'

    나이키는 1964년 나이트 창업자가 일본 아식스 운동화의 수입업체로 설립한 '블루리본스포츠'가 전신이다. 1971년 그리스 신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을 따 사명을 나이키로 바꿨다. 파커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정치학 학사를 받은 뒤, 1979년 나이키에 '운동화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마라톤을 좋아했고, 러닝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마크 파크 CEO 기간 나이키의 실적 변화 외
    파커가 입사할 때 나이키는 지금처럼 '스포츠 제국'이 아니라 스타트업 같이 역동적인 분위기였다. 파커는 디자이너지만 동시에 재료 구입, 물류, 마케팅 등 공장에서 신발을 만들고 파는 전 과정을 익혀야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때 쌓은 경험이 그를 최고경영자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청년 시절 육상선수가 꿈이었다가 운동화 사업을 시작한 나이트 창업자와 판박이다. 나이트 창업자는 2016년 출간한 자서전 '슈독(shoe dog)'에서 "슈독이란 러닝과 운동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라고 썼다. 파커도 슈독의 일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2006년 CEO로 선임되고, 2015년엔 회장·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물려받을 수 있었다.

    파커는 스스로 경영자보다 운동화 디자이너로 남길 원했다. 그는 나이키의 대표 운동화인 에어맥스, 페가수스, 에어조던, 플라이니트 시리즈 등을 연달아 디자인했고, 그가 디자인한 운동화는 대부분 '완판'됐다. 2006년 CEO로 취임한 파커는 올해까지 14년간 나이키 제국을 다스렸다. 그의 재임 기간 나이키 매출은 150억달러에서 390억달러(약 46조원)로 2.6배 커졌다. 영업이익은 2.3배, 주가는 9배 가까이 뛰었다.〈그래픽 참조

    '저스트 두 잇'에 발목 잡혀

    나이키의 성공 전략은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스포츠 스타와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농구), 타이거 우즈(골프) 등을 포함해 수많은 스포츠 스타와 함께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파커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나이키는 선수들과 함께 시작했고, 함께 성장해 온 브랜드"라며 "그 점이 패션업체 스니커와 나이키 운동화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의 대표 슬로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은 최고를 지향하는 나이키의 도전 정신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 전략이 최근 도핑 스캔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키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타와 제품이 필요했고, 그 결과 '도핑'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나이키 소속 육상 코치인 알베르토 살라자르(61)는 최근 수년간 나이키가 후원하는 엘리트 육상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사용했고, 수차례 걸쳐 파커 CEO에게도 이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라자르 코치는 이달 초 미국반도핑기구(USADA)로부터 코치 자격을 박탈당했다. 도핑은 살라자르 코치 혼자의 결정이 아니라 나이키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커는 사임을 결정하면서 "새 CEO를 선임한 것은 회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기 위한 결정"이라며 "도핑 스캔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현지에선 '너무 갑작스러운 사임'이라는 점을 들어 결국 도핑 스캔들이 그를 물러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키는 도핑뿐 아니라 지난해 남녀 직원 간 성차별 문제, 올해 임신한 여성 선수에 대한 제한적 후원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조직 문화가 비판받은 바 있다. 업계에선 "승리·성공 지향적인 기업 문화가 윤리 경영을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스포티즌의 김평기 부사장은 "나이키는 무엇보다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가는 것이 최우선인 회사"라며 "더 나은 기록과 더 빠른 스타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 황제에 베팅한 '나이키 황제']

    타이거 우즈
    나이키는 세계에서 '스타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될성부른 스포츠 스타를 발굴하고, 브랜드 노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급성장해왔다.

    나이트 창업자가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후원해 '에어 조던'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마크 파커 CEO는 세계 최고의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사진〉를 발굴했다. 1996년 당시 20세였던 우즈가 프로로 전향할 때 파커는 나이키 제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었다. 파커는 미래를 보고 5년간 4억달러(약 5000억원)를 우즈에게 안겼다. 나이키는 이후 수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23년째 우즈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최연소·최소타·최다 타수 차로 첫 메이저 우승을 했고, 이후 2001·2002·2005년에도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골프황제'의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2009년 불륜 스캔들이 불거졌고, 이어 연거푸 척추·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때 우즈를 후원했던 AT&T, 액센추어, 게토레이, P&G(프록터앤드갬블) 등은 우즈와 광고 계약을 포기했지만, 나이키만큼은 후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우즈는 올 초 마스터스에서 14년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나이키에 보은했다. 미국 CNBC는 이번 대회에서 나이키가 우즈의 골프 셔츠에 새겨진 상표 노출로 얻은 이익이 2254만달러(약 265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파커 CEO는 우즈 외에도 지금은 은퇴한 NBA(미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1)와도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16년 코비의 은퇴에 맞춰 그를 기념하는 운동화 '코비 11'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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