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 나스닥 상장사가 2300억에 韓 스타트업 산 이유?… “AI에서 미래 봤죠”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9.10.28 06:00

    38년간 머신비전 한 우물 코그넥스, 창업 6년된 수아랩 인수
    문응진 코그넥스 아시아 총괄 대표 "韓 인력 훌륭...연구허브 육성"
    송기영 수아랩 대표 "가장 먼저 사람 넘어서는 AI는 머신비전 될 것"

    "‘머신비전(machine vision, 카메라 렌즈와 센서로 이미지를 획득하는 기술)’은 단순 검사·측정을 넘어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코그넥스는 특히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딥러닝이 산업 자동화의 획기적인 미래를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최근 한국 AI 스타트업 수아랩을 2300억원에 인수한 세계 최대 머신비전 업체 미국 코그넥스의 문응진 아시아 총괄대표 말이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코그넥스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문 총괄대표는 "딥러닝 기술로 기존 머신비전의 한계가 극복되고 있다"고 했다.

    머신비전은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부품·제품을 검사, 측정, 식별하는데 사용하는 솔루션(기기 및 소프트웨어)을 말한다. 수만개의 크고 작은 부품이 사용돼 부품 이력 관리가 필요한 자동차 제조 공정, 고도의 정밀도를 필요로하는 반도체·전자 제품 제조 공정에서 주로 사용된다.

    조선비즈는 문응진 아시아 총괄 대표와 수아랩 창업자 송기영 대표에게 이번 인수합병(M&A) 배경과 머신비전의 미래를 들었다.

    문응진 코그넥스 아시아 총괄대표(왼쪽), 송기영 수아랩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코그넥스코리아 본사에서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문 대표는 모토로라, 노키아, 삼성전자 등 휴대폰·무선통신 업계를 거쳐 2015년 아시아 총괄대표로 코그넥스에 합류했다. 송 대표는 2013년 서울대 출신 AI 연구자들과 수아랩을 창업했다. /이진한 기자
    문 대표 "수아랩은 한국 AI 업계 성과… 딥러닝 ‘R&D 허브 만들 것"

    코그넥스는 MIT 출신인 로버트 쉴만(Robert J. Shillman) 박사가 1981년에 설립했다. 1989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38년간 머신비전에만 집중해 이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됐다. 매년 매출의 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관련 분야 특허를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연구 인력을 포함해 총 212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8억600만달러(약 9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그넥스가 지난 17일 창업한지 6년 된 한국 AI 스타트업 수아랩을 2300억원에 인수한 것도 기술력 확보 차원이다. 2017년 초 스위스 딥러닝 소프트웨어 업체 ‘비디(ViDi Systems)’를 인수하는 등 딥러닝 머신비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 수아랩을 발견한 것이다. 문 대표는 "수아랩처럼 우수한 스타트업을 키워낸 건 한국 AI 업계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수아랩의 뛰어난 지식재산권(IP),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코그넥스는 앞으로도 한국을 딥러닝 분야 ‘R&D 허브’로 두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아랩이 창업 후 6년간 유지해온 팀(조직)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고객 지원에만 힘을 보태서 기존 고객에게 더 발전된 제품을 제공하고, 필요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문 대표는 "아시아엔 제조 공장이 많지만, 유럽이나 북미보다 머신비전이 덜 도입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한국은 반도체 같은 정밀 제조 산업이 발달했고, 대기업 외에도 기술력이 뛰어난 중견 장비 회사가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작고 정밀한 부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하는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수아랩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검사 솔루션 ‘수아킷(SuaKIT)’도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 문 대표는 "룰 베이스(규칙 기반) 검사에 적합한 작업장의 경우 코그넥스의 기존 머신비전 솔루션을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수아킷, ‘비전프로 비디(VisionPro ViDi)’ 같은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했다. 2017년 출시된 수아킷은 삼성전자, LG, 한화, SK, 도요타, 니콘 등이 사용하고 있다.

    문응진 코그넥스 아시아 총괄대표(왼쪽), 송기영 수아랩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코그넥스코리아 본사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송 대표 "코그넥스 기업문화 스타트업과 비슷해 결정... AI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코그넥스의 수아랩 인수는 국내 기술 분야 스타트업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코그넥스 내부적으로도 이번 수아랩 인수(지분 100% 인수)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수아랩은 설립 초기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톤브릿지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등 주요 벤처캐피털의 투자(누적 투자금 314억원)를 유치한 만큼 인수 제안도 적지 않았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시스템이 아닌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코그넥스는 다른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 같은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점이 회사 매각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그넥스에 소속돼도 엔지니어로서 기존에 일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업문화가 지금까지 우리가 성과를 만들어낸 방식과 비슷했고, 다른 연구원들도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등 배울 부분도 많다고 느꼈다"고 했다.

    수아랩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머신비전 검사 솔루션 ‘수아킷’ 적용 사례. /수아랩 제공
    송 대표는 2006년 서울대 학부 시절 에스엔유프리시젼에서 머신비전 기술을 처음 경험한 후 2012년 인텔 코리아에 입사해 AI 기술을 익혔다. 룰 베이스 머신비전이 막힐 경우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13년 수아랩을 설립했고, 창업 6년 만에 약 500억원(수아랩 지분 25.54% 보유)을 손에 쥐게 됐다.

    송 대표는 "딥러닝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잠시 유행하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사람을 가장 먼저 뛰어넘는 AI 분야는 머신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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