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이오주 공매도하려면 40% 이자 내야…외국계 KO패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9.10.28 06:00

    에이치엘비(028300)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등 한국 바이오주들이 이달 들어 급등하면서 홍콩 현지에서 한국 바이오주 주식대여금리가 연 40% 선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가 많이 올라 공매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반면, 기존 주식 보유자들은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빌려준 주식을 회수하면서 공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공매도하려는 투자자는 일단 연 40%의 이자를 지급하고 주식을 빌려야 하며, 이마저도 물량이 거의 없어 원하는 만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어 공매도하려면 일단 주식을 빌려야 한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주로 홍콩에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를 두고 있어 국내주식에 대한 공매도도 대부분 홍콩에서 진행된다.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 신라젠(215600)등은 지난달 말, 혹은 이달 들어 연일 급등세다. 특히 에이치엘비는 7월 30일 2만18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연일 치솟아 24일 한때 21만3900원까지 10배가량 급등했다. 신라젠은 9월 30일 7800원이었다가 현재 2만원 안팎으로 한달도 안돼 2배 넘게 상승했고, 헬릭스미스는 임상 실패 소식에 6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곧바로 10만원대를 되찾았다.

    이 종목들은 임상 실패 혹은 실패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부진했지만 정작 임상 결과를 발표한 뒤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반등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임상 실패를 예상하고 공매도를 했는데 뒤늦게 주가가 급등하자 손절매 조항이 발동해 공매도를 청산해야 했고, 한꺼번에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숏스퀴즈’ 현상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보유자들이 고점 매도를 시도하고자 주식 대여 물량을 거둬들였고 차입금리가 치솟았다.

    홍콩 현지에서 국내 주식 중개를 하는 한 전문가는 28일 "누가 봐도 주가가 과하게 올라 공매도 투자자들이 재개하고 싶어하지만, 차입금리가 연 40% 선까지 뛰어 아예 포기한 상황"이라며 "최근 외국인이 바이오주를 매수하는 것은 대부분 숏커버링(공매도를 포기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것)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 투자자들이 거의 질려 있다"면서 "연말에는 주주 명부 폐쇄와 의결권 행사, 배당금 수령을 위해 주식 대여를 거둬들이는 게 일반적인 만큼, 최소한 올해는 공매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공매도가 뜸한 것은 숫자로도 확인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이달 중순까지는 일 거래량의 10% 안팎이 공매도였으나 최근엔 1~3%로 줄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최근 공매도 거래비중이 0%대에 그치고 있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도 비슷하다.

    홍콩 현지에서는 바이오주 급등이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수로 인해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나스닥과 중국 심천 등 글로벌 중소형주 시장은 대부분 급등했는데, 한국 증시의 코스닥150만 부진했다. 이러자 저평가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기계적인 주문이 잇따랐다. 그런데 바이오주가 코스닥150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바이오주에 자금이 몰렸고, 이러자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이 산다"면서 따라 사다가 급등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절매로 인한 숏커버링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는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에서만 공매도로 인한 손실액이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종목은 8월 들어 현재까지 누적 공매도량이 각각 631만2727주, 590만6673주에 이른다. 평균 공매도 가격은 각각 5만4900원, 9805원이다. 현재가가 공매도 가격보다 각각 183%, 288% 높다.

    숏커버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재 코스닥150의 공매도 잔고비율은 1.85%로 집계 이후 최고치 수준"이라며 "지난 2017년에도 잔고비율이 최고치를 찍었다가 숏커버링이 일어나면서 급등 폭이 커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약 7000억원의 숏커버링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공매도 대전이 훨씬 크게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바이오주 과열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일단은 손절매하는 분위기지만 내년에 더 많은 자금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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