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중 민간소비 비중 2000년 54.5→2018년 48.0%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민간소비의 힘이 점차 쇠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대 들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계부채 증가로 지갑을 닫는 가계가 늘어나는 데다 소비성향이 높지 않은 고령층이 증가하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경제가 성숙할수록 투자의 비중이 줄고 민간소비의 비중은 늘어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민간소비와 투자 비중이 동반 감소하는 대신 정부소비의 비중이 커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예정처가 23일 발간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한 가구 한계소비성향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4.5%에서 지난해 48.0%로 6.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경제성장에 비해 민간소비 확대 속도가 낮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연간 2~3%에 머무는 저성장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민간소비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는 민간소비 성장률이 전년과 동일한 2.8%를 유지한 데 반해 GDP 성장률은 3.2%에서 2.7%로 떨어지면서 민간소비를 밑돌았다.
민간소비의 성장세가 더딘 건 가계의 소비성향이 줄어드는 것과 연관이 깊다. 처분가능소득 증가분 대비 소비의 증가분인 한계소비성향은 2011년 0.36에서 2017년 0.25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소비지출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청처는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 기대수명 연장, 가계부채 등을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경우 가계는 미래 예상소득이 감소한다는 생각에 소비를 줄여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날 때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 더군다가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서면서 부채 상환 부담에 소비를 줄이는 경향도 두드러 진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기 전에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모습을 보인다"며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건 인구구조의 변화와 연관이 깊다"고 했다.
이처럼 가계의 소비성향이 줄면서 GDP에서 정부소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통상 선진국으로 갈수록 투자가 줄면서 민간소비의 비중이 커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반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GDP에서 정부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0.9%에서 지난해 16.1%로 증가했다. 투자의 경우 같은 기간 32.9%에서 31.3%로 줄었다. 정부가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부분을 각종 지출을 통해 상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투자확대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민간소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를 겪은 뒤 경상수지 흑자 유지 하기 위해 수출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민간소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