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부른 美장단기금리 역전…한은 "경기침체 신호로 단정 못해"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19.10.20 12:03 | 수정 2019.10.20 13:42

    "양적완화로 채권시장 구조 변해…日·유럽 마이너스 금리 영향도"

    미국,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장기·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된 것을 두고 한국은행은 이를 경기침체의 징후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통상 장단기금리차는 실물경기와 정관계를 형성해 금리 역전 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대두했지만, 한은은 '신중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년간 지속된 양적완화(QE), 유동성 증가로 장기채권의 수요가 늘고, 금리가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이 20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미국·독일 장단기금리 역전 전후 실물지표 추이와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6~7월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캐나다의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가 역전된 이후 한동한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미 국채의 경우 지난 8월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미 국채 10년·2년물 금리가 역전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던 2007년 6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한은 제공
    장단기금리차는 대체로 실물경기와 시차를 두고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장기 채권은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 금리가 단기보다 높지만 경기침체 전망이 대두될 경우에는 단기채권의 수요는 떨어지고 장기채권 수요가 늘어난다. 이때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의 값이 더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미국과 독일은 과거 금리 역전 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현상이 뚜렷했다. 미국의 경우 1960년 이후 총 8번의 장단기금리가 역전됐는데 한 차례(1966년)를 제외하고선 경기가 수축국면에 진입했다. 다만 한은은 미국에서 나타났던 현상은 일종의 '경험칙'으로, 이론적으로 정립된 현상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두 번의 금리 역전현상이 후 수축국면이 도래했다.

    하지만 미국, 독일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에서는 금리 역전과 경기침체의 상관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영국은 금리역전 이후에도 경기 수축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가 있었고, 일본과 호주는 금리역전이 없었음에도 경기침체가 여러차례 발생했다.

    한은 제공
    한은은 미국의 경우 그간 금리 역전과 경기침체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확실했지만 이번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과거에는 금리 역전이 발생했을 때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둔화하고, 주택투자 감소폭이 확대되는 등 실물지표가 부진했지만 최근에는 성장세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것이다.

    또 양적완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채권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도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미 장기국채를 대거 사들이는 과정에서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일본, 유로지역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내면서 미국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었는데, 이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비해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임준혁 한은 조사국 과장은 "최근 금리 역전이 채권시장의 구조적 변화 등에도 기인하고 있는 만큼 과거사례를 단순히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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