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악성루머 유포하고 헐뜯고...또 고개드는 주류업계 비방전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입력 2019.10.17 06:00

    하이트진로(000080)가 출시한 라거 맥주 ‘테라’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맥주업계 시장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우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오비맥주의 카스가 여전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맥주 시장은 언제 역전될지 알 수가 없죠. 2011년만 하더라도 맥주업계 1위는 하이트였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뒤바뀝니다. 맥주 1위에 올라선 오비는 7~8년간 점유율 50~60%를 달성해 왔죠.

    하이트가 맥스에 이어 2010년 ‘드라이피니쉬d’를 출시하는 등 브랜드를 다양화 한 것이 결국 1위 왕좌를 빼앗긴 원인이 됐습니다. 새 브랜드를 출시할수록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기존 주력 제품의 점유율을 빼앗는 부작용이 발생하죠.

    오비맥주는 최근 테라 견제를 위해 가격 인하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가격을 인상한지 7개월만입니다. 클라우드·피츠를 판매중인 롯데주류 역시 점유율 하락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맥주업계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등 비방전까지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롯데주류는 최근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악성 게시물과 영업방해 행위 20여건에 대한 고소, 고발장을 접수했죠. 업계는 이들 중 경쟁사 관계자가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잡기 위해 롯데가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죠.

    롯데주류는 허위사실이 유포되며 일부 제품이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돼 매출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지키고 구성원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롯데주류의 이같은 대응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있었던 주류업계 영업관행과 관련 있습니다. 주류 시장은 오비·하이트·롯데 등 세 업체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업을 위해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경쟁을 해 온 경우가 많았죠.

    유흥업소 또는 음식점의 주류 냉장고는 한정돼 있는데, 이 곳에서 경쟁사 술을 빼내고 자신들의 제품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죠.

    실제 악성루머를 퍼뜨리다 경찰에 적발돼 법정 분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4년 여름 발생한 카스의 소독약 냄새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돌았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소독약 맥주’ 논란이 일며 오비맥주는 매출이 크게 줄었죠.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된 카스 60건을 수거해 정밀검사 하고 오비맥주 공장 3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죠. 조사결과 냄새의 원인은 산화취(식품이 산화돼 발생하는 냄새)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산화취는 맥주를 고온에 노출하면 발생하는 냄새로 인체에 무해합니다.

    이후 오비는 카스에서 소독약이 난다는 악성루머를 퍼뜨린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죠. 오비맥주가 수집한 메시지에 따르면 "동종업계에 있어 잘 아는데 2014년 6∼8월 생산된 제품 마시면 안된다.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피하라" 등의 루머가 집중 유포됐습니다.

    경찰이 오비맥주에 대한 인터넷상 악성글의 아이피(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하이트진로 직원 등이 일부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죠. 경찰은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과 대리점을 압수수색했고 오비맥주에 대한 악성루머 유포와 관련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내부 문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관리직 직원 한 명이 최근 온라인에서 카스 맥주 소독취 관련 다수의 글이 확산되자 사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화방에서 지인들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부 과장된 내용을 남긴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본사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제주 지역소주인 한라산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요. 지난해 한라산에 사용되는 물에 오염물이 유입됐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제주시 한림읍 축산분뇨 무단방류 사건 이후로 한림 전체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경쟁사에서 흘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또 대기업이 한라산 소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 소문도 퍼졌습니다.

    당시 현재웅 한라산 대표가 직접 간담회를 열고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한다는 악의적인 소문에 굴하지 않겠다"며 "한라산 물은 한라산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물로 오염물 유입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라이벌은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성장촉진제’로 불립니다. 맞수가 존재하는 생태계는 건전하죠. 선의의 경쟁은 상승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악성 루머로 경쟁사를 헐뜯는 것은 상처만 남길 뿐, 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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