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경제위기론 무책임" vs 전문가 "위기 경고 경청해야"
정부가 잇따라 "경기 반등이 멀지 않았다",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면서 낙관적인 경제인식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 상당수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마이너스(GDP 성장률 -0.4%) 성장 후 2분기에 반등(1.0%) 했지만, 3분기에는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다수였다.
정부의 경제상황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전문가들이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화자찬식 경제인식으로 당면한 위기 가능성을 호도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선비즈가 15일 국내·외 금융회사 소속 거시경제 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명은 올해 한국 경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1.8~1.9%로 전망했다. 나머지 4명도 올해 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올해 성장률이 2%아래로 내려가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경제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2.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사한 2.0~2.1%의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서도 낮다. 정부 당국에 비해 민간 전문가들이 경제상황을 더욱 어둡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분기(1.0%)에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국내 경기가 3분기에 0.5%(전기비) 수준으로 성장세가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 대상 9명의 평균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0.5% 안팎으로, 6명(75%)이 0.5% 이하의 전기비 성장률을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민간 경제가 아직 자생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3분기에도 정부 재정이 성장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고, 반등이 멀지 않았다’는 정부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7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사이클을 봐도 2017년 9월 이후 24개월째 하강 국면인데, 기술적으로 하강 사이클은 2년보다 조금 짧을 때도 있고 길 때도 있다"면서 "내년 초쯤 기술적 반등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13일 언론브리핑에서도 ‘올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 "실력에 비해 낮은 성장률 요인이 비즈니스 사이클(경기변동) 요인이라는 것이며, 상대국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민간 경제연구기관 등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수석은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 제가 무책임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쁜 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나쁘다는 인식을 심으면 결국 그렇게 실현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제가 위기라며) 지출을 미루면 진짜로 경기가 나빠진다"면서 "(그렇게 경기가) 더 나빠졌을 때 피해를 입는 중소계층, 서민경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점에서 (경제위기를 쉽게 언급하는 이들이) 무책임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자의 이같은 인식이 오히려 최근 경제상황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가 위기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반박 일변도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지금은 정부 당국자가 경제 주체들의 여러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경제 흐름은 경기 변동 진폭이 크지 않지만, 경기활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다는 측면에서 과거와 상당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처럼 외부 요인으로 경기가 갑자기 추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위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