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과급 반납시켜 모은 돈 505억, 친문·좌파 단체들에

조선일보
  • 원선우 기자
    입력 2019.10.14 03:34 | 수정 2019.10.16 10:48

    文대통령,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
    이행 위한 재단 만들어 기금 조성… 이사진 과반, 참여연대·노조 출신
    성과급 전액 환수땐 1600억 규모, 野 "세금으로 親與단체 지원하나"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성과연봉제 폐지' 이행에 따라 각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에 반납한 성과급 505억원이 친문·좌파 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해당 재단은 현 정부 출범 이전 지급된 공공기관 성과급 1600억원을 '전액 환수'해 '사회적 약자의 상생과 연대'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에선 "국민 혈세로 친정권 단체들에만 기형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한홍·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2017년 12월 설립된 '공공상생연대기금'은 2007~2009년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을 지낸 이병훈 중앙대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다. 나순자·황병관·박해철·허권·최준식 이사, 김대업 감사는 민주·한국노총 소속 노조위원장이다. 이 밖에 노동계 인사들을 합치면 17명 이사·감사진 중 최소 10명이 친(親)노조 인사라는 것이 야당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21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등의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 ‘상생연대실천 노사와의 만남’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2월 21일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등의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연 ‘상생연대실천 노사와의 만남’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한국서부·중부·남부발전, 한국가스공사, 한전KDN 등 공공기관 42곳은 올해 10월 기준 총 505억2700만원을 이 재단에 출연했다. 재단은 홈페이지에서 "2016~2017년 대선 투쟁 촛불 집회 및 조기 대선의 적극적 결합으로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성과연봉제 폐기를 약속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지급된 1600억원 상당 성과급을 환수,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에 쓰자고 정부에 제안해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실제 재단은 2017년 12월 출범 축하 행사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자리에 참석, "참으로 고맙고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2017년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후속 조치 방안'을 확정했다.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그 뒤 한국가스공사(2017년 11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2017년 12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2018년 2월) 등의 '성과급 반납'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성과급 25억원 중 24억원(95.2%)을 환수해 해당 재단에 출연한 시기는 재단 출범 한 달 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이 성과급을 해당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도 탈법적(脫法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남동·서부발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은 성과급 환수 동의서를 받을 때 이 금액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동의는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정부법무공단은 "사용자는 근로자들에게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급여를 임의 처분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조건 없는 반납 동의나 구체적인 사용 방식 동의 없이 동의서를 받은 것은 무효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단은 국세청에 제출한 지난해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서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등에 6억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또 ‘슬로워크’ ‘리스펙’ ‘디자인나무’ 등 이른바 ‘사회적기업’ 등에도 2억여원을 썼다고 했다. 재단은 지난해 374명에게 모두 10억4000만여원을 지원했다고 신고했다. 재단은 올해 주요 사업으로 ▲직장 '갑질' 근절 프로젝트' ▲산단 세탁소 설치 ▲미혼모 상담 카페 설치 ▲장애인 노동 인권 사업 ▲아파트형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에선 "대부분 정부·지자체 차원 사업과 중복되는 것들"이라며 "1600억원 규모 재단의 쓰임새가 무엇인지 정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좌파 진영이 문재인 정부에 제출한 '촛불 청구서'를 공공기관이 지불해주고 있는 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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