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늘면 전세 내린다는 공식 깨진 이유는?…“집값 급등에 로또청약 대기 탓"

조선비즈
  • 이재원 기자
    입력 2019.10.07 06:08

    입주량이 느는데도 전세금이 꾸준히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보통 입주량이 많아지면 전세금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동안의 ‘부동산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다. 14주 연속 상승세면서 작년 9월 셋째 주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입주량은 어느 때보다 많은 수치다. 8~10월 서울 입주량은 1만5404가구로 5년 평균치인 9000가구보다 74.5% 많고, 작년 같은 기간 1만1000가구였던 것과 비교해도 37.7% 많다.

    8월 1320가구의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스와 1015가구의 마포구 신촌숲아이파크, 1305가구짜리 은평구 백련산 SK뷰아이파크가 입주한 것을 비롯해 9월에는 4932가구짜리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이 입주를 시작했다. 10월에도 1248가구짜리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등이 입주 대기 중이다.

    연말까지 입주가 예정된 물량도 평소보다 많다. 11월에는 4378가구, 12월에는 5834가구가 예정돼 있어, 4분기 입주예정 물량으로 봐도 5년 평균치보다 19.3% 많을 전망이다.

    주택 시장에서 이렇게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전세금은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준공한 집에 실제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 위해 내놓는 전세물건이 늘고, 공급이 넘칠 경우 전세금은 하락한다.

    드론으로 상공에서 촬영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조선일보 DB
    올해 초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1만여 가구짜리 대단지 입주가 진행되며 송파구 전세금은 서울 평균 하락폭의 두 배가 넘는 하락폭을 한동안 이어갔다. 1월 마지막 주의 경우 1주일 만에 전세금이 0.44%나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시장에서는 이런 공식이 100% 통하는 것은 아니다. 입주량이 넘치는데 전세금은 오르며 상승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10월 말부터 내리던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올해 7월 초 전주 대비 0.01% 오르는 미미한 반등세로 돌아섰다. 8월 첫주에 0.04%로 커진 상승 폭은 9월 첫주 0.05%까지 올랐고, 마지막 주에는 0.07%까지 올라섰다. KB국민은행의 조사 결과를 봐도 12주 연속 상승하며 상승 폭을 키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근본적인 원인은 집값 상승 때문"이라면서 "집값이 오르면 전세금이 따라 오르는 편인데, 그동안 집값 상승세를 전세금이 따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세가율이 너무 낮아져 앞으로도 전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입주량이 많아 그나마 상승세가 이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봐야지, 입주량이 많은 데도 전세금이 오른다고 보면 안 된다고도 했다.

    박 위원은 또 최근 로또 분양 열풍으로 청약을 기대하며 전세로 남는 사람이 는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내년에도 서울 입주량이 4만여 가구로 충분해 전세금은 완만하게 오르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면서 "2021년 입주량이 절반으로 줄게 되면 전세금이 많이 오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입주량이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는 입주가 많지 않다"면서 "불균형이 생기다 보니 선호 단지 위주로 전세금이 오르고 주변이 따라 오르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지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전세불안이 계속 이어지며 전세금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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