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대세’지만 탈 곳이 없다…이면도로 주행도 위험

입력 2019.09.29 06:00

전동킥보드 등 ‘개인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 이동수단 시장 규모가 2015년 4000억원에서 2030년 26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가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시장 공략을 위해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제트(ZET)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킥고잉, 고고씽, 씽씽 등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도 10여곳 이상 등장했다. 국내 진출을 추진 중인 해외업체가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전동킥보드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공유 전동킥보드 수는 1만대로 추산된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빠르게 늘면서 안전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488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접수된 사건 수는 258건, 피해금액 8888만원으로 2016년 49건, 1835만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이용자 수 증가와 함께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동킥보드 /김지훈 인턴기자
◇운전면허증 등록해야 이용 가능…차도 나가자마자 경적 울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를 이용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우선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회원가입은 간단히 끝냈지만, 문제는 전동킥보드 찾기였다. 전동킥보드는 수요 등을 이유로 강남, 판교, 마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지역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전동킥보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앱 지도에 표시된 곳에 가더라도 킥보드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건물로 표시될 경우 내부를 모두 찾아봐야 한다.

킥보드를 찾아 QR코드를 스캔하자마자 바로 이용가능 상태가 됐다. 전동킥보드는 들고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정지 상태인 킥보드에 한 발을 얹고 땅을 2~3번 구르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핸들 옆에 있는 가속 버튼을 누르니 속도가 붙었다. 처음 1~2분 정도는 넘어질 뻔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문제는 주행도로였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기 때문에 차도에서만 달릴 수 있고, 인도에서 타면 불법이다. 차도로 나가자마자 차량 경적이 크게 울렸다. 전동킥보드는 최고 속도가 시속 25㎞로 자동차와 함께 달리면 운행을 방해할 수 있다. 차를 피해 속도를 높이자 운전이 불안정해지면서 킥보드가 심하게 흔들렸다.

주차 중인 전동킥보드 /조지원 기자
◇울퉁불퉁한 이면도로도 주행 쉽지 않아…자전거도로 허용 법안은 국회 머물러

인도 위 주행은 불법일 뿐 아니라 보행자가 많아 쉽지 않아 보였다. 골목 안쪽 이면도로로 자리를 옮겼다. 이면도로(생활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좁은 도로를 말한다. 킥고잉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빠르고 안전한 이동을 위해 이면도로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이면도로에서는 주행감이 크게 떨어졌다. 도로포장이 완전하지 않은 지형을 지날 때마다 덜컹거림 때문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골목길마다 언제 차나 사람이 튀어나올지 몰라 운행 내내 긴장상태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과속방지턱이었다. 바퀴가 작아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마다 전동킥보드가 흔들리면서 넘어질 것 같은 순간이 반복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분석 결과 킥보드 사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면도로 사고였다. 인도를 주행하다가 이면도로 접속구간이나 주차장 진출입로를 횡단할 때, 신호등이 없는 이면도로 교차로에서 서행하지 않은 채 통행하다 직각 충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곳은 자전거도로로 보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자전거도로 이용도 불법이다.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은 2017년 6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시속 25㎞ 이하인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운전면허 면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근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보조 교통수단으로서 이용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준수와 안전운행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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