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 이송로봇 국산화 성공한 ‘라온테크’ 김원경 대표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9.29 12:00

    김원경 라온테크 대표는 “미국, 일본 업체를 제외하면 진공 상태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라온테크가 유일하다”며 “반도체 웨이퍼 이송 로봇을 개발, 양산하는데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제공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를 진공 상태에서 깎거나 금속 물질을 입힐 때 우리 로봇이 웨이퍼를 정확한 위치에 옮겨 놓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업체 중 이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라온테크’ 뿐입니다."

    지난 26일 수원 권선구 수원공단 본사에서 만난 김원경(54) 라온테크 대표는 회사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미국, 일본 업체를 제외하면 진공 상태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라온테크가 유일하다. 현재 라온테크의 웨이퍼 이송 로봇은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등에 납품된다.

    ◇국내 유일 진공상태 웨이퍼 이송 로봇 생산업체

    김 대표는 라온테크 로봇의 높은 정밀도 역시 강점이라고 했다. 그는 "웨이퍼를 가공하려면 정확한 위치에 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라온테크 로봇의 오차 범위는 0.5㎜에 불과하다"면서 "센서가 달려 있어 진동과 미끄러짐 보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1990년부터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로봇 엔지니어로 일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회사가 로봇 사업을 접었고, 이를 계기로 대학부터 대우중공업까지 함께 한 ‘절친’ 오진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2000년 라온테크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연구개발(R&D)을 강조했고, 창업 때부터 현재까지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전체 직원 77명 중 연구 인력은 37%에 달한다.

    라온테크는 사업 초기 원자력발전소 정비 로봇 등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단발성 프로젝트가 많았다. 김 대표는 수요가 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2003년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이송 로봇을 공동 개발했고 이후 자체 제품을 만들기보다 거래처가 요구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역시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고, 김 대표는 2006년 자체 로봇을 개발·생산하기로 결심했다.

    "로봇 개발에 늘 바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회사에 남는 게 별로 없었어요. 물론 기술력은 쌓았습니다.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품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반도체 웨이퍼 이송 로봇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진공 상태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옮기는 로봇 팔을 정밀하게 제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8년 웨이퍼 이송 로봇을 만들었고 국내 반도체 전시회에 선보였을 때는 로봇이 덜덜 떨어 참가자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개발 5년 만인 2011년 대기 중에서 모터와 감속기를 구동해 진공 상태에 있는 로봇 팔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해 양산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반도체 웨이퍼를 진공 상태에서 깎거나 금속 물질을 입힐 때 웨이퍼를 정확한 위치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라온테크 제공
    현재 라온테크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 웨이퍼 이송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약 17%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웨이퍼 이송 로봇을 생산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낮다. 미국, 일본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中企 육성 정책은 기회…"장기적으로 바라봐야"

    김 대표는 정부가 부품·소재·장비 분야 중소기업 육성에 나선 현 상황을 기회로 바라봤다. 그는 "한 번 구축한 제조라인을 바꾸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최적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국내 기업들이 미국, 일본에 의지할 수 없는데,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이런 위험성을 잘 보여 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근 미국, 일본 웨이퍼 이송 로봇을 사용하던 국내 기업에서 구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이뤄져야 기술력은 있지만 기회가 제한된 라온테크와 같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고 그래야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부품·소재·장비 공급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온테크는 지난해 매출 243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시장 매출이 내년부터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매출 목표를 약 400억원으로 잡았다"고 했다. 라온테크는 전체 매출의 10%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고, 올해 말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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