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로 쌓인 빚 30兆…롯데·CJ 재무개선 압박

조선비즈
  • 유윤정 기자
    입력 2019.09.24 06:00

    롯데·CJ그룹 순차입금 30조 돌파...재무부담 확대
    2020년 매출 100조 ‘그레이트 CJ’ 위한 공격적 투자·M&A 탓
    신용평가사 "빚 부담 더 늘면 신용등급 하락, 부실자산 매각해야"

    국내 유통 대기업의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구조 개선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재계 5위인 롯데와 재계 13위 CJ의 순차입금은 30조원을 돌파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들의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을 우려한다. 빚이 더 늘면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돈을 빌려주는 곳이 줄고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이자비용도 올라가 기업의 재무구조는 더 안좋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부실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채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CJ그룹의 최근 이슈와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롯데와 CJ그룹에 대한 신용등급 이슈를 점검하는 웹캐스트(webcast)를 진행했다.

    ◇신평사들 ‘CJ제일제당’에 주목…"쉬완스 인수 감안해도 빚 증가 과도"

    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는 유통 대기업은 CJ다. 올 2월말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1조9000억원에 취득하면서 차입규모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CJ는 신용평가업계의 관심을 크게 받지 않았다. 2015년부터 줄곧 'AA-(안정적)'로 재무구조에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CJ제일제당(097950)의 쉬완스 인수를 전후해 차입금 부담이 커지고, CGV·푸드빌 등 계열사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최근 유통사 중 주목도가 가장 높다.

    한신평에 따르면 CJ그룹의 올 상반기 순차입금(연결기준)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이중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수 차입금)은 11조원으로 작년말(7조7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었다. 빚과 동시에 금융권에 내야하는 이자도 증가했다. CJ그룹의 상반기 금융비용은 5080억원으로 지난해(3670억원)보다 38% 늘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 그레이트CJ’를 목표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 CJ그룹은 약 30조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를 2년만에 70조원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공격적 인수합병(M&A)이 없다면 불가능한 목표다.

    미국 쉬완스 매출은 CJ그룹 6월말 분기보고서에 인식됐다. 쉬완스의 상반기 매출은 약 8500억원, 이익은 약 250억원이었다. 여기에 2016년 인수한 브라질 셀렉타 등을 합해 CJ그룹의 상반기 매출은 약 2조원 느는데 그쳤다. 내년 목표를 달성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안희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쉬완스컴퍼니 인수에 따른 차입금 증가를 제외하더라도 CJ제일제당 차입금 증가는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휴자산 매각, 운전자본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순차입금 감소 폭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본원사업인 식품·바이오 부문에서의 실적과 쉬완스 컴퍼니 인수에 따른 이익규모 개선 폭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지배구조 개편 위한 대규모 차입…리츠 상장·부실점포 매각은 긍정적

    롯데그룹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신평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롯데그룹의 순차입금은 약 17조원이다. 2015년말보다 약 4조원 가량 늘었다. 유통과 화학부문 영업실적이 저하됐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대거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롯데지주(004990)는 지난해 10월 일본 지배구조 하에 있던 케미칼 지분 약 24%를 인수하기 위해 2조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일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킨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는 올해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포함한 국내외 설비 증설과 현대케미칼의 석유화학공장(HPC) 사업에 출자할 예정이다. 관광·레저 부문에선 면세점 확장공사와 호텔 시설공사 비용이 지출될 예정이다. 유통부문에도 온라인 사업과 신규점포 개발에 투자한다.

    롯데는 투자금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을 진행중이다. 연내 인천·부평·안양·대구영플라자·청주영플라자·가산아웃렛·항동아웃렛 등 9개 점포를 폐점하고 롯데마트 6개점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도 매각한다. 롯데쇼핑은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33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가 해소되고, 자산 매각으로 약 3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사 지분 매각도 마무리 수순이다. 롯데지주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분소유 금지에 따라 내달까지 금융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중인 롯데캐피탈 지분(25.64%)을 일본 롯데파이낸셜코퍼레이션에 약 33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내달초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롯데카드 대주주 변경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융사 매각대금은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로 증가한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롯데는 재무부담이 커졌지만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 일부 부진점포 매각 계획 등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 증가속도는 완화될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연결 실적을 지지하고 있는 백화점 부문까지 실적이 하락하면 신용도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