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트래버스·콜로라도, 초반부터 韓·美 ‘노조 리스크’에 삐걱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9.22 10:00

    한국GM이 올해 실적 반등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를 했던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출시 초반부터 잇따른 악재에 부딪혔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의 파업으로 생산이 한동안 중단될 상황에 놓인데다, 임금협상에 불만을 품은 한국GM 노조가 미국에서 수입되는 이들 두 차종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 3월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된 한국GM의 대형 SUV 트래버스(왼쪽)와 콜로라도(오른쪽)/한국GM 제공
    올들어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군산공장 폐쇄와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 등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해보다 더욱 감소했다. 만약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마저 국내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실적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 한국GM 노조, 불매운동 돌입 美 노조 파업으로 수급 차질 우려도

    한국GM 노조는 지난 2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4일부터 수입차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함께 27일까지 부분파업을 벌이는 한편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본사 파견 임원들의 퇴진도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조가 지난달 21일 중앙쟁의대책위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는 벼랑 끝에 몰린 한국GM을 살릴 ‘구원투수’로 기대를 받는 모델이다. 한국GM은 지난해부터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해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고심 끝에 미국에서 직수입한 차를 국내에서 판매하기로 하고 최근에는 수입차협회에 신규 회원 가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 수입차량의 국내 판매에 대해 한국GM 사측과 노조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사측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판매량을 늘려 실적을 회복해야만 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회사가 수입 판매를 빌미로 국내 생산을 줄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에 몰렸던 관심이 노조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출시 초반부터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GM의 한국 철수설로 인해 국내 판매가 크게 감소했던 것처럼 자사 노조의 불매운동은 결국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도록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에 닥친 악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GM 공장에서도 파업이 시작되면서 두 차종의 생산이 중단돼 국내 수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각) 파업에 나선 UAW 소속 GM 미시간주 플린트 조립공장의 근로자들/AFP 연합뉴스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에 소속된 GM 조합원들은 지난 15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GM 노조가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멈춘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만이다. 이번 파업은 미국 내 33개 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약 4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버스는 GM의 미시간주 랜싱공장에서, 콜로라도는 미주리주 웬츠빌공장에서 각각 생산된다. 한국GM은 사전계약한 고객들에게 인도할 초도물량은 이미 확보해뒀다며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GM 노조의 파업이 수 개월간 이어질 경우 국내 수요를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판매 부진에 궁지 몰린 한국GM…노조 ‘자해 행위’에 구조조정 칼 빼드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이 결국에는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실적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나선 한국GM의 ‘자해(自害) 행위’로 인해 GM 본사가 한국 생산시설을 계속 유지해야 할 명분마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올들어 8월까지 한국GM의 국내 판매대수는 4만8763대로 전년동기대비 17.2% 감소했다. 한국GM은 지난해 6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4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계속된 판매 부진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들이 멈춰 있다. /연합뉴스
    GM 본사도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반복 중인 국내 노조에 수 차례 경고장을 던졌다.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한국GM 노조가 파업을 계속할 경우 한국에서 생산할 물량 일부를 다른 나라 공장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GM 노조의 파업이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M 노조는 사측이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위치한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시설을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GM은 최근 몇 년간 유럽과 인도, 호주 등에서 잇따라 공장을 폐쇄하거나 철수한 뒤 현재 대부분의 수익을 미국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내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생산 차질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GM 본사가 한국GM 노조의 파업 등을 빌미로 국내 생산량을 미국으로 이전해 ‘미국 GM 노조 달래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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