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 든다던 韓電 공대 설립 "1조6000억 소요"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입력 2019.09.05 03:07

    이미 122조 빚더미인데… 대통령 공약에 적자 수렁
    타당성 검토한 컨설팅사 "한전 재무 부담 가중"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한전공대에 개교(2022년)에서부터 10년 후까지 총 1조6000억여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초 한전공대 설립 비용으로 6210억원이 들 것으로 알려졌는데 10년간 시설 투자 및 운영비로 1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게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비용 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은 5670억원에 그쳐, 한전이 1조원 이상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이 이날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한전공대 개교 준비 기간인 2021년까지 투자비 등으로 5200여억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이어 2031년까지 특화연구소 건설 등 추가 확장 비용과 운영비 등을 합쳐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으로 경영난에 빠져 있는 한전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조 단위 투자를 떠안게 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전이 공시한 올 상반기 총 부채는 122조8995억원에 달한다.

    카이스트(KAIST·대전), 포스텍(POSTECH·포항), 지스트(GIST·광주), 디지스트(DGIST·대구), 유니스트(UNIST·울산)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전국에 5곳이나 설치돼 있고 대학 진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복 투자를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스트는 한전공대 예정지인 나주시 인근에 이미 설립돼 있고, 기존 5개 특성화 대학에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도 개설돼 있다.

    한전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 커니에 의뢰해 조사한 한전공대 설립 타당성에 대한 검토 보고서가 이날 공개됐다. 여기에도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령인구 감소, 학생·교수의 수도권과 해외 선호 등 인력 유치의 한계, 사립대학의 취약한 재정구조 등 설립 제약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학생 수가 급감하고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데다, 국내 우수 교수들은 연봉과 정주 여건 등이 탁월한 싱가포르나 홍콩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사립대학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운영 수지가 악화돼 대학 발전 가능성과 한전의 재무 상황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 1964년 설립한 한전 수도공대가 재정난으로 7년 만인 1971년 홍익대에 통합된 것을 예로 들었다.

    고서는 이어, 국내뿐 아니라 뉴욕 증시에까지 상장된 한전 주주들의 반발과 교육부의 대학 입학 정원 감소 및 부실대학 퇴출 등 대학 구조 개혁 정책과 상충하는 점 등도 우려했다. 곽대훈 의원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무리한 정책으로 공기업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정치적 이유로 추진하는 타당성 없는 한전공대 설립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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