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참치캔 1분에 1200개 생산…여름휴가 미루고 풀가동
창원공장, 역대 최단 기간 1억캔 생산 돌파…8월까지 생산량 작년 대비 2000만캔 증가
혼밥족 겨냥 광고효과로 대박 난 동원참치... 올해 역대 최대 생산량 경신 임박
수작업 공정 의존도 높은 생산 공정이 한계…인건비만 태국의 8배

지난 30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시 대원동에 위치한 동원 에프앤비(F&B) 참치캔 제조 공장. 최근 배우 조정석과 가수 손나은이 부른 광고음악(CM)으로 인기몰이 중인 동원참치캔 생산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7개를 합친 크기의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참치 냄새가 진동했다. 내장이 제거된 참치가 거대한 스팀기를 통과하면서 나는 냄새였다. 익힌 참치가 나오자 160명의 작업원들이 정해진 공정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익혀진 참치의 껍질과 뼈를 제거해 참치살 부위만 발라내고 있었다. 100% 수작업이었다. 발라진 참치살들은 총 7개의 컨테이너 벨트를 따라 이동했고 준비된 통조림 캔에 하나씩 담겼다. 1분에 1200개의 참치캔이 쏟아져 나왔다.

동원F&B 창원공장 직원들이 익힌 참치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

1986년 가동에 들어간 동원F&B 창원공장은 부지 면적만 4만9500㎡(약 1만5000평)로 국내 최대 참치캔 제조 시설이다. 동원참치캔 10개 중 6개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고추참치나 야채참치 등 양념이 가미된 참치는 목포 삼진물산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따로 생산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원F&B가 판매한 동원참치캔 판매량은 2억4000만캔으로 이 가운데 1억4000만캔이 창원공장에서 생산됐다.

◇ '혼밥족’ 겨냥한 참치 광고 통했다…창원공장 올해 생산량 역대 최대

창원공장은 올해 역대 최대 생산량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초에 역대 최단 기간 1억캔 생산도 돌파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창원공장은 올해 1억8000만캔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2013년 역대 최대 생산량 기록(1억4400만캔) 대비 3600만캔 많은 수준이다. 작년(1억4000만캔) 보다는 4000만캔 늘어난 규모다.

올해 창원공장이 생산량을 작년보다 4000만캔 늘린 것은 동원F&B가 최근 추진한 참치 요리법 광고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어서다. 동원F&B는 상추쌈밥, 샐러드, 볶음밥, 샌드위치, 미역국, 까나페 등 다양한 참치 활용법을 CM송에 담아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했다. 가정간편식(HMR)에 익숙한 혼밥족(혼자서 밥을 먹는 1인가구)을 겨냥해 참치캔을 활용한 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동원F&B는 작년 7월부터 참치캔 뚜껑에 참치 요리법 일러스트(삽화) 55종을 넣는 등 김치찌개 말고도 다양한 음식에 참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마케팅에 집중했다. 참치 요리법을 담은 동원참치 광고는 지난 7월 공개한 지 한 달여 만에 조회 수 2000만뷰를 기록했다. 짧은 기간의 조회 수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개된 국내 광고영상 중 가장 많은 온라인 조회수를 차지했다.

참치살이 담긴 통조림캔이 컨테이너 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정체됐던 참치캔 소비가 올해부터는 증가 추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창원공장은 올해 1~8월까지 하루 평균 60만개의 참치캔을 생산했다. 지난 8월까지 창원공장 생산량은 1억1000만캔으로 작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김건학 동원F&B 창원공장장(상무)은 "작년보다 20% 이상 주문이 늘어 올해 역대 최대 생산량(1억8000만톤)을 기록할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는 창원공장에서만 2억캔 생산도 가능하다"고 했다.

직원들도 늘어난 주문 탓에 여름휴가를 연기한 채 생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주영진 창원공장 생산지원팀 과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주문이 크게 늘어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여름휴가를 전원 연기했고, 직원 수도 임시로 15명 정도 늘렸다"고 했다.

◇ 공정부터 포장까지 수작업 의존도 높아 생산 능력 한계…인건비만 태국의 8배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공장 창고에는 출고를 대기 중인 추석 선물세트가 가득했다. 직원들은 지게차로 화물 트럭에 선물세트를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선물세트 포장 속도는 예상보다 느렸다. 직원 100명이 투입됐지만 1분에 포장하는 선물세트 수는 45개에 불과했다. 하루 약 2만5000개의 선물세트가 포장되고 있었다. 선물세트 포장 속도가 느린 건 선물세트 종류가 다양한 데다 직원들이 직접 각 세트에 맞는 제품을 넣는 수작업 형태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를 통한 포장이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했다.

직원들이 추석용 선물세트 포장을 하고 있는 모습.

참치캔 생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참치캔 재료로 사용되는 가다랑어의 경우 크기가 각각 다르고, 뼈의 굵기나 이물질의 크기가 달라 자동화 설비를 통해 작업이 불가능하다. 김선준 창원공장 생산팀 대리는 "참치캔을 생산하는 직원 270명 중 참치 손질에만 160명이 투입된다"며 "수작업으로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다랑어 사이즈가 각각 달라 동일하게 규격화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원공장은 하루 180톤의 가다랑어를 참치캔으로 제조하고 있다. 1인당 1.1톤 가량의 가다랑어를 손질하는 셈이다. 한 사람이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작업원 대부분이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160명 중 10명은 30년 이상 일한 경력자였고, 공장이 설립된 1986년부터 33년간 일한 작업원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참치캔 제조는 자동화 공정이 불가능하고 수작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생산물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높은 인건비다. 참치 손질 작업은 100% 사람의 손을 통해서만 가능해 인건비가 낮은 태국 같은 곳에서 생산하는게 유리하다. 한국은 태국보다 인건비가 비싸 국내 생산을 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동원F&B는 참치 손질 작업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방안을 검토해 왔다.

김 공장장은 "한국이 태국보다 8배 가량 인건비가 비싸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수작업으로 진행 중인 참치 손질 작업 공정에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