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화학 접착제 없이 계란처럼 굴곡진 표면에 전자칩을 부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전자기판 아래 털과 같은 섬모를 여러 개 달은 것이다. 이 칩을 계란 껍데기에 부착하면 알 표면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신선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홍조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울퉁불퉁한 표면에도 전자소자를 붙일 수 있는 ‘전사(轉寫)’인쇄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전사인쇄는 고성능·고집적 전자소자를 울퉁불퉁한 표면에 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자소자를 직접 제작하기 힘든 신체, 의류, 사물 등 다양한 표면에 전자소자를 접착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전사인쇄 기술에서는 전자소자를 울퉁불퉁한 표면에 접착할 때,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하기 위해 접착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생체와 자연물과 같은 표면에 붙일 경우 화학적 접착제의 사용이 제한된다.
고흥조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판 아랫면에 튜브형 나노 섬모 구조체를 도입했다. 튜브형 나노 섬모는 전사인쇄 후 표면 굴곡에 맞춰 납작하게 달라붙는 특징이 있어 넓은 접촉 면적을 만들며, 전자소자와 표면 사이 접착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튜브형 나노 섬모는 10억 분의 1m 크기의 구멍을 가진 양극 산화 알루미늄 틀을 통해 만들었다. 실제 비평면인 표면과 넓은 접합 면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또는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구조체를 활용해야 한다.
특히 연구팀은 이 전자소자를 울퉁불퉁한 표면에 붙일 때 물을 이용하는 ‘수전사’ 방식을 사용했다. 물이 마르는 과정에서 튜브형 나노 섬모와 울퉁불퉁한 표면 사이에서 모세관 현상이 발생하면 튜브형 나노 섬모가 납작해지고 표면 거칠기의 정도나 방향에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소자를 실제로 사용해보기 위해 필름형 마이크로 섬모와 부분적 튜브형 나노섬모로 이루어진 계층 구조의 섬모를 도입한 ‘금속저항 기반 온도센서’를 계란껍질 표면에 전사 인쇄했다. 그 결과 계란을 깨지 않고도 실시간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고흥조 교수는 "이번 성과는 고성능 전사 소자를 계란이나 돌멩이 등 다양한 표면에 접착 가능케 하는 기술"이라며 "농축산물의 영양 모니터링 및 자연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Nano' 온라인판에 3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