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자리 번호판 도입에 일본차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9.01 11:15

    "8자리 번호판 달고 있는 일본차 보면 침이나 뱉어줘야겠네요."

    일본차 업계가 1일부터 도입되는 8자리 번호판 시스템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 소유주들에 '매국노' 낙인을 찍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일본차 업계는 이같은 불매 운동 여파에 판매 부진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월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관계자들이 오는 9월부터 도입되는 8자리 번호판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9월부터 새로 등록하는 차량의 번호판이 기존 7자리에서 8자리로 바뀐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대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7자리 번호 체계로는 등록 차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돼, '123가4567'과 같은 새로운 8자리 차량 번호판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번호 체계 개편으로 2억 1000만 개의 등록번호를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번호판 시스템이 반일(反日) 운동의 표적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서는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일본차 소유주들은 불매운동 이후에 차를 구입했다는 뜻"이라며 새 번호판을 '매국노' 식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한 이용자는 지난달 28일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일본차에 침이나 뱉어줘야겠다"고 적었고, 다른 이용자는 "(8자리 번호판은) 매국노 번호"라며 "차 박살나도 징징대지마라"고 비난했다. 게시글 중에서는 "일본 제조사들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협할 장갑차 만들 XX들"이라며 "돈 더 있으면 독일차를 사면 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보배드림에 한 이용자가 남긴 글. 8자리 번호판을 부착한 일본 차량에 침을 뱉겠다고 적혀 있다. /보배드림
    일본차 업체들은 일본 불매 운동의 유탄이 판매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렉서스 딜러 조모(33)씨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과격한 여론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일본 보복 이전과 비교해 강남 전시장 방문객수가 9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일본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은 통계에서도 읽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7월 수입 승용차 등록 현황을 보면 일본차는 총 2674대를 기록해 불매 운동 이전인 전달(3946대)보다 32.3%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7.2% 줄었다.

    실제로 일본차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식은 데는 일부 소비자들의 과격한 불매 운동 탓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김포에서는 지난달 25일 일본 차량이라는 이유로 골프장에 주차된 렉서스 승용차 3대를 돌로 긁어 파손한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고, 인천에서는 지난달 일본 차량을 일부러 부순 뒤 길거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에 김치 테러를 하고, 수리를 거부한다는 등 황당한 루머가 연이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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