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성 매각했던 '흑역사' KT···아시아 위성 허브노린다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19.09.01 09:00

    지난 2013년 9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정부로부터 국내 위성사업자로 지정받아 KT가 무궁화위성 2호와 3호를 2010년~2011년에 신고 없이 홍콩 ABS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 국민이 질타했다. 무궁화 2호와 3호 개발을 위해 각각 1500억원, 3000억원이 비용이 들어갔다. 매각 비용은 무궁화 2호가 약 40억원, 무궁화 3호는 불과 5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국감에서는 제작을 위해 세금 수천억원이 들어간 무궁화위성을 KT가 헐값에 매각했고 이를 사들인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까지 감안하면 국부 4000억원이 유출됐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런 ‘흑역사(黑歷史, 어두운 과거)’를 가진 KT가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린다. 단기적으로 아시아 위성 허브국으로 도약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위성 사업 전초기지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KT SAT 용인 위성센터 전경. /이경탁 기자
    지난 달 30일 KT SAT 용인 위성센터를 찾았다. KT SAT은 KT그룹의 위성통신 전문 기업이다. KT SAT이 관리하는 용인 위성센터는 국내 최초의 위성 관제 센터로,1995년에 발사된 무궁화 위성 1호의 안전과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위해 개국됐다. 현재 용인 위성센터가 관리하는 위성은 무궁화 5호·5A호·6호·7호·8호 등 총 5기다.
    무궁화 위성이 없다면 국내 위성통신과 위성방송이 불가능하다. 위성 통신은 국가와 국가간, 대륙과 대륙간, 먼 거리에 있는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축구, 야구와 같은 스포츠 친선 경기 혹은 정상회담과 같은 중요한 이슈의 방송 중계에 주로 활용된다. 선박, 항공기 등의 네트워크 접속도 가능케 한다.

    이날 찾은 용인 위성센터는 국가 주요 보안시설 답게 외부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도록 산 속에 있었다. 국가 핵심 자산을 관리하는 만큼 보안이 철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KT SAT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성센터 건물에 들어서기 전 우주에 있는 위성들과 신호를 주고받는 거대한 레이더 안테나와 중계기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KT SAT 관계자는 "용인 위성센터는 삼면이 산에 둘러쌓여 있어 삼엄한 경비가 이뤄질 뿐 아니라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인 곳에 위치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전에도 이 레이더의 백업역할을 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해놨다"고 말했다.

    KT SAT이 운용 중인 레이더 시스템. /이경탁 기자
    이기원 KT SAT 용인 위성센터장이 위성과 연결된 안테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무궁화 1호가 발사되기 전 위성 통신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에서 발사한 위성 중계기를 임대해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대한민국 위성 통신 전체 중 KT SAT이 자국화해 서비스하고 있는 비율은 98% 수준이다.
    용인 위성센터의 주요 미션은 2가지다. 첫 번째는 통신 위성이 발사체에서 분리된 순간부터 우주에서 수명이 종료될 때까지 위성의 자세, 궤도, 상태 등을 24시간 365일 감시하는 ‘위성체 운용’과‘위성 통신망’ 관리다.

    위성센터 관제실에는 수십여개의 모니터를 통해 직원들이 위성의 상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위성은 주변 별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는 ‘스타 트래커(Star Tracker)’, ‘위성체 온도 측정기’ 등과 같은 수 많은 센서로 만들어 낸 데이터와 우주 측정 값들을 생성해 지상으로 전송한다.

    용인 위성센터는 이 데이터들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값으로 변환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긴급복구 절차를 수행한다. 특히 우주는 열악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으로, 위성이 태양을 바라보는 면과 그 반대면은 서로 ±100˚C 이상의 온도편차를 가진다.

    언제 태양으로부터 고 입자 우주 에너지가 다가올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위성 충돌 등의 긴급 상황에 대비, 궤도변경 등의 대응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훈련한다.

    KT SAT 관계자는 "위성분석팀, 서비스팀, 기술팀 세개로 나뉘어 위성 장애복구 훈련 등을 격주 간으로 진행 중"이라며 "위성 간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2~3일 전부터 궤도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실전 같은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KT SAT은 2018년 ‘샛가드(SATGUARD)’라는 위성 통신 간섭 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간섭원 분석 기간을 수분 내로 단축시켰다. 올해 하반기에 완성되는 ‘지오로케이션(GEOLOCATION)’ 시스템은 간섭원의 위치를 반경 수km이내로 탐지하는 것이 가능해 앞으로는 보다 효율적인 간섭원 탐지와 제거가 가능할 전망이다.

    차민석 KT SAT 용인 위성센터 대리가 위성체 운용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KT SAT 용인 위성센터 위성체 운용 전문가들이 우주에 있는 위성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KT 제공
    또 KT SAT 관계자는 "위성 궤도 유지만큼 중요한 것이 ‘위성 자세 유지’"라며 "위성의 자세 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위성 안테나의 방향도 바뀌어 위성 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커버리지가 고객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성의 수명은 남은 연료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소한의 연료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 적절한 궤도 포인트를 찾아 위성 궤도 유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무궁화 7호의 경우 발사 초기 본 궤도 진입을 위해 전체 연료 약 2.2톤 중 절반 이상인 약 1.4톤을 사용하고, 약 800kg의 연료로 남은 기간 활동하는데 정확한 궤도분석과 효율적 연료 관리를 적용하면 설계 수명인 15년보다 5~6년 더 연장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KT SAT의 설명이다.

    무궁화 위성 1호의 발사부터 폐기절차를 모두 경험한 오창표 KT SAT 부장은 "10년간 무궁화 1호를 자식처럼 철저하게 관리하다 보니 글로벌 위성 관제센터와 견주는 위성체 운용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며 "궤도 유지 작업 때문에 이번 추석에도 출근할 예정인데 국내 유일의 위성 통신 사업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T SAT은 용인 위성센터 25주년을 기념해 위성 홍보관 ‘샛토리움(SATORIUM)’도 개관했다. 해양 위성통신(MVSAT), 항공기 와이파이 서비스(IFC) 등의 차세대 위성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지상의 인공 위성 발사 현장부터 우주 상공 여행까지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존도 마련했다.

    KT SAT의 신성장 동력은 △위성-5G △블록체인 기반의 위성 서비스 △위성 구간 양자 암호 통신이다. 샛토리움을 국내외 주요 고객들과 위성 통신이 필요한 정부부처 관계자 대상의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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