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스타트업] "이용자 알아야 성공… 버라이즌·LG전자도 쓰죠"

조선비즈
  • 박원익 기자
    입력 2019.08.19 06:00

    윤정섭 미띵스(Methinks) 대표 인터뷰
    NHN 미국 대표 출신… 실패 통해 사업 아이디어 얻어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투자… 누적 투자금 85억

    "미국 10대들이 뮤직비디오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평일 오후 3시~4시입니다. 이맘때 초·중학교 수업이 끝납니다. 아이들이 스쿨버스나 부모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뮤직비디오를 보는 거죠. 이런 구체적 행동 패턴은 정량 조사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데이터도 인터뷰 형식의 정성 조사를 통해 얻었죠."

    지난 14일 만난 윤정섭 미띵스(Methinks) 대표는 "타깃 유저(user, 이용자)를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출발"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기업가가 "이 아이템은 될 것 같다"는 ‘직관’에 의존해 창업하는데, 더 중요한 건 정확한 ‘분석’이라는 것이다.

    윤정섭 미띵스 대표. /박원익 기자
    훌륭한 제품·서비스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다. 아직 제품·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면 유저 분석을 통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고, 이미 출시했다면 유저 반응을 토대로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띵스는 기업 고객과 유저를 연결하는 서비스 ‘라이브 인터뷰’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다. 라이브 인터뷰는 스마트폰을 통해 비디오 채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업 고객은 손쉽게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고, 이용자는 조사에 참여하는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얻는다.

    세계 1위 뮤직비디오 플랫폼인 미국 ‘비보(Vevo)’사(社)도 미띵스의 고객이다. 비보는 세계 3대 레이블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워너 뮤직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공급하는 업체로 2016년 초 미띵스의 솔루션을 활용해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10대 유저의 사용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간대가 있었는데, 그 이유를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것이다. 비보는 이 행동 패턴에 맞춰 신규 서비스 프로모션과 콘텐츠 추천을 진행했고, 이 시기 관련 매출이 40배 증가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보 직원이 테네시주, 루이지애나주 등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10대 유저를 만날 기회는 사실상 전혀 없었습니다. 미띵스를 통해 간편하게 유저와 인터뷰할 수 있었고, 정확한 통찰을 얻은 것이죠."

    비보뿐 아니다. 미띵스는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머신존(MZ), 엔씨소프트, 넥슨, NHN엔터테인먼트 같은 게임사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라이브 인터뷰 외에 데이터 기반 설문조사(survey), 심층 분석인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 솔루션도 제공한다.

    미띵스 홈페이지 첫 화면. /미띵스 홈페이지 캡처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이용자 누구나 미띵스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다. 미띵스는 이들을 ‘씽커(thinker)’라 부르는데, 씽커는 30분가량 인터뷰에 참여하고 건당 평균 20달러(약 2만5000원)를 보상으로 받는다. 인터뷰 종류에 따라 건당 100달러 이상의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고객은 인터뷰 건당 평균 89달러(약 10만8000원)를 지급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추천된 적합한 씽커를 선택해 곧바로 소통할 수 있다.

    윤 대표는 2015년 4월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창업했다. 4년여 만에 누적 투자금 700만달러(약 85억원)를 유치했으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정호 네이버 공동창업자(현 베어베터 대표)로부터 초기 투자(엔젤 투자)를 받았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와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사업을 확장 중이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걸쳐 47만명의 씽커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창업 여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를 거처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미국 대표까지 지낸 후 당당히 창업에 도전했다가 두 차례나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스스로 유저 분석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체험했고, 이 경험이 미띵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모바일 게임이나 소셜미디어(SNS) 서비스가 잘 될 거라고 믿고 시도했는데, 두 번을 말아먹었습니다. 우리 제품·서비스의 정확한 유저가 누구인지, 그들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몰랐던 거죠. 이용자 조사(user research)의 역사는 몇백 년이지만, 정작 작은 기업이 저렴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었습니다. 미띵스는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프로토타입(시제품)이었는데, 다른 스타트업도 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거기에서 기회를 발견했죠."

    세계 1위 뮤직비디오 플랫폼인 미국의 비보(VEVO)는 미띵스의 주요 고객이다. /비보 홈페이지 캡처
    윤 대표의 현재 목표는 미띵스를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다. 씽커 80%가 미국, 유럽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이 지역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 미띵스를 이용하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소비자의 경우 문화, 가옥 구조, 라이프 스타일 등이 한국과 전혀 다르고 물리적으로도 떨어져 있어 정성 조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LG전자는 미띵스 서비스를 이용해 미국 소비자가 어디에 TV를 놓고 사용하는지, 어떤 위치를 선호하는지, 이용 패턴은 어떤 지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다.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배변 여부를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를 개발한 한 스타트업의 경우 한국 고객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 해외 고객에 맞춰 제품 전략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 미띵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 드리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저 리서치 플랫폼을 넘어 제품 개발 과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회사가 될 수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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