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장비 국산화➞삼성 공급➞매출 2800억' 필옵틱스 "기술개발+대기업 신뢰 필요"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7.29 06:00

    "기술 개발이 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상용화죠. 중소기업 기술 개발에 고객사(대기업)가 참여해 실제 어떤 부품과 장비가 필요한지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노광기(露光器), 레이저커팅기 등을 만드는 필옵틱스(161580)의 조태형 전무의 말이다. 조 전무는 한기수 대표와 함께 필옵틱스를 2008년 창업했다. 필옵틱스는 과거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노광기 국산화에 성공했고, 휴대전화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레이저 커팅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조 전무는 "중소기업 혼자서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며 "기술 개발(중소기업), 방향 설정(대기업), 초기 개발 자금 지원(정부)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필옵틱스는 이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부품·소재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원장이 필옵틱스를 찾아 중소·중견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지원 방안을 듣기도 했다.

    ◇ 기술 개발, 방향 설정, 자금 지원 삼박자 갖춰야

    필옵틱스가 개발한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 /필옵틱스 제공
    필옵틱스는 창업 1년 후인 2009년 노광기 개발에 성공했다. 노광기는 빛을 쪼여 반도체 웨이퍼나 박막 트랜지스터(TFT) 유리기판에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다. 빛을 쪼는 광학 설계 기술이 핵심이다.
    하지만 노광기를 개발한 후에도 곧바로 판매하지 못했다. 당시 국내 대기업은 일본 노광기를 수입해 사용했고 이 구조를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필옵틱스는 대기업이 노광기 보수·개선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해주면서 기회를 노렸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차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드디어 삼성전기 등에 노광기를 공급하게 됐다.

    조태형 전무는 "국내 대기업이 노광기를 보수 또는 개선하려면 일본에 있는 엔지니어를 불러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며 "우리가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줬고 그 과정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옵틱스는 노광기 사업이 안정화된 후 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 개발에 들어갔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개발 과제를 따냈고 초기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전기에 노광기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필옵틱스는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를 공급했다. 2017년에는 회사 최대 매출인 2853억원을 기록했다.

    조태형 전무는 "기술만 개발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고객사(대기업)가 개발에 참여해 실제로 어떤 장비·부품을 원하는지 개발 방향을 함께 잡아 나가야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비·부품을 개발했지만 대기업이 만족하지 않아 구매하지 않는 것은 다음 문제다. 대기업이 개발 과정에 참여해야 그나마 중소기업의 기술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 필옵틱스 본사에서 테스트 중인 휴대전화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 /필옵틱스 제공
    장비·부품을 대기업에 공급한 후 안정화, 최적화 작업도 중요하다. 필옵틱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디스플레이 레이저 커팅 장비를 공급한 후 1년가량 밤낮 없이 삼성 측 엔지니어와 함께 현장에서 설비 최적화, 안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조태형 전무는 "가동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필옵틱스 간에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2011년에는 향후 시장이 플렉시블(flexible) OLED로 전환할 것이라고 판단, 3년 후인 2014년 플렉시블 OLED 레이저 커팅 장비를 개발했다.

    ◇"中企, 대기업 간 신뢰 구축 강제로 안돼"

    조 전무는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상용화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 연결) 강제성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일하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필옵틱스는 현재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필옵틱스의 단점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으로 매출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필옵틱스의 매출도 떨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주춤하자 필옵틱스의 매출은 555억원으로 2017년 대비 80.5% 급감했다.

    필옵틱스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올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거래가 늘면서 조만간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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