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러시아 불화수소, 품질 의문에 日 대안 안 돼"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7.12 16:57

    러시아 정부가 청와대에 불화수소(에칭가스)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반도체 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러시아산(産) 불화수소 품질을 알 수 없어,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DB
    12일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가 외교라인을 통해 불화수소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불화수소가 일본 제품보다 고순도·고품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러시아 불화수소 수입이 가능하다면, 일본의 반도체 생산 소재 수출 제재에 고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업계는 러시아산 불화수소 신뢰도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를 원하는 모양대로 그리는 식각(에칭·Etching)과 세척 과정에 주로 쓰인다.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Wafer) 투입부터 완제품까지 600여개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 공정 중 수십여번 쓰이는 주요 소재다.

    워낙 많이 쓰이기에 요구되는 순도도 다양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불화수소의 국가별 수입 비중은 중국이 46.3%로 가장 컸다. 일본이 43.9%, 대만 9.7%, 인도 0.1% 등이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불화수소는 좀 더 덜 민감한 공정에 쓰이거나, 한국 중소기업들이 한 번 더 정제해 사용한다"며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초고순도의 일본산"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민감한 공정에 사용되는 일본 제품은 순도가 ‘트웰브 나인(99.9999999999)’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소재가 순도가 높다면 업계가 모를리가 없을 텐데, 구매 일선에선 소식을 듣곤 ‘러시아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느냐’는 반응을 내놨다"며 "러시아 불화수소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와야 테스트 후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안전성이 검증된 소재 외에는 사용을 꺼린다.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도체 생산 공정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라인에 투입된 모든 반도체를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생산할 때까진 문제가 없더라도, 사용 중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아마존에 납품한 D램 불량 발생으로 촉발한 ‘리콜 논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순도가 보장된다 해도 실제 사용이 가능할지 점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순도가 높다 해도 사용에 문제가 없을지 실증하는 데는 최소 2달 이상이 걸린다"며 "당장 재고가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러시아 불화수소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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