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물량 1주일치밖에 못 구한 삼성… 이재용 곧 일본行

입력 2019.07.06 03:07

[일본의 경제보복] 李부회장, 반도체경영진 긴급회의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
日기업도 좌불안석… 소니, LG에 "패널 공급 지장없나" 문의

한국 양대(兩大)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포토 레지스트(감광액)의 수출을 제재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구매 담당 임직원들을 일본·대만으로 급파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심사 강화가 시작되는 4일 이전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공장이 멈춘다는 위기감 탓에 양사 구매팀 직원들은 스텔라·모리타 등 현지 불화수소 업체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소량이라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양사가 추가로 확보한 불화수소 재고는 1주일치 정도에 불과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삭줍기 식으로 최고순도 불화수소 확보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이르면 내일 日 출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 경영진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르면 7일 일본을 직접 방문해 경제계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 정부 발표 직후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며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서 반도체 경영진과 긴급 대책 회의도 가졌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이 평소 다져둔 일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기업에 영향력이 큰 은행 쪽 사람들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사건의 본질이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냉각된 한·일 관계가 '경제 충돌'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기업 경영진이 사건 전면에 부각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부 측 채널에서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확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외교전략회의 연 강경화 장관 - 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에선 미·중 간 갈등 상황과 함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외교전략회의 연 강경화 장관 - 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회의에선 미·중 간 갈등 상황과 함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경 기자
국내 기업들은 일본이 전략 물자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 국가'의 명단에서 한국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의 전략 물자 1700개 가운데 600개는 군사 물자 등 민감(敏感) 물자에 해당해 수출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나머지 1100개는 이중용도 물자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자로 포괄 허가를 받는 물자다. 이제까지는 이중용도 물자를 포괄적으로 허가해 왔지만, 앞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할 경우 일일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허가 검토 기간이 90일 이내로 돼 있어 최악의 경우에는 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뒤 89일째가 되는 날 철자가 틀렸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반려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다시 제출해 90일간 심사를 받으면 수입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리게 된다.

◇'불똥 튈라'… 일본 기업도 긴장

일본 소니·파나소닉·도시바·닌텐도와 같은 주요 기업들도 한국산 부품 확보에 차질을 빚을까 초비상이다. 한국산(産) D램·낸드 메모리와 OLED 패널이 없으면 일본의 TV나 게임기, PC 공장이 멈춰 서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소니·파나소닉의 구매팀은 LG디스플레이에 전화해 "계약한 OLED 패널 물량 공급은 가능한가"라고 확인했다. LG 측은 "일본산 소재 재고분이 있어 현재로선 생산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올 들어 일본에서는 고가인 OLED TV가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성장하며 두 회사는 호기(好期)를 맞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패널을 만드는 세계 유일의 회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소니·파나소닉·샤프·도시바·닌텐도 등 일본 전자회사의 문의가 빗발쳤다. 일본을 포함해 미국·중국 등 전 세계 고객에게서 온 문의 전화만 수백통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납품 일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알려주겠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SK하이닉스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D램과 낸드 메모리는 현재 3~6개월분의 재고가 창고에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 공장 가동이 중단돼도 고객사에 제때 공급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일본산 소재 수급이 중단되면 생산량 감축과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만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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