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광 "우린 침체 몰라요"

조선일보
  • 임경업 기자
    입력 2019.06.18 03:07

    노후 아파트 많은데 공급 적어
    광주 400가구 모집에 2만9000명… 대구 경쟁률 40대1 넘기기도

    6월 주요 지역 분양·입주경기실사지수 전망치
    지난달 3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1·2단지는 총 433가구 모집에 2만9261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68대1을 기록해 올 들어 광주에서 분양한 8개 아파트 중 청약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 하루 전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상복합 '수성범어W'에는 276가구 모집에 1만1084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40대1을 넘었다. 수성범어W 분양 관계자는 "2017년 9월 대구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 수성구에서 분양한 9개 단지 중 이번에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며 "까다로운 규제도 도심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막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대전 유성구에서 분양한 '대전 아이파크시티'에는 10만여 명이 몰렸다.

    ◇분양 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펄펄 끓는 '대·대·광'

    올 들어 대구·대전·광주 등 이른바 '대·대·광' 지역에서는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며 분양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잇따라 발생하고, 부산·울산·강원 등 지방 곳곳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가며 주택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말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에는 1만1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대전·광주 등에서도 수십 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잇따르며 분양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분양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에는 1만1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대전·광주 등에서도 수십 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잇따르며 분양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

    17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분양 경기를 지수화한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전국 기준으로 77.3을 기록했다. HSSI는 기준선이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건설사들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104.1을 찍은 세종의 분양 경기 전망이 가장 긍정적이었고, 대구(100.0)·광주(92.3)·대전(91.3)도 서울(90.3)이나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부산(56)은 전달 대비 18포인트 하락했고, 울산은 50으로 16.1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입주 실적을 100을 기준으로 수치화한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HOSI 실적에서 대전과 세종이 각각 100을 기록했고, 이어 서울(94)과 대구(92.8), 광주(91.3) 순이었다. 주산연 관계자는 "대·대·광과 세종 지역에서는 입주 당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잔금을 내지 못해 새집에 들어가지 못한 입주 예정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의미"라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노후 아파트 넘치는데, 새 아파트 공급은 줄어

    전문가들은 대·대·광 지역 분양 시장 호황의 주된 배경으로 도심 주택이 날로 노후화하면서 '갈아타기'용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충족시켜줄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것을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온 대구 수성구와 광주 서구는 지어진 지 10년 넘은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역 내 전체 아파트 중 10년이 넘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90%, 88%에 달한다.

    연도별 아파트 입주 물량
    안 그래도 새 아파트가 적은 가운데 최근엔 공급마저 줄었다. 대구에서는 2016~17년에는 매년 입주 아파트가 2만 가구를 넘었지만,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9982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전에서는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6000가구 아파트가 입주했는데, 올해(3883가구)는 이마저도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이러다 보니 신축 아파트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성구에서 입주 5년 이내 새 아파트는 이달까지 지난 1년간 매매가격이 5.4% 올랐지만, 10년이 넘은 아파트는 2.6% 상승에 그쳤다.

    대·대·광 지역의 분양 경기가 호조를 보이자 건설사들은 아파트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에만 대구에서 6200가구, 광주에서 1807가구, 대전에서 820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대·광 지역의 도심 신축 아파트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서울 등 외부에서 투자자도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도심 역세권 신축은 값이 오르며 인기지만, 변두리 택지 지역이나 노후 아파트는 거래가 되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는 등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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