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에 인터넷을 許하라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9.05.30 03:07 | 수정 2019.05.30 09:25

    [Close-up] 590兆 우주 인터넷 전쟁
    우주에 소형 위성 띄워 전세계 인터넷 연결… 사막·남극서도 빵빵 터져

    지난 24일(현지 시각) 오후 10시 33분쯤 네덜란드 라이덴대 천문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작은 비행체 수십 대가 나란히 날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비행체들은 마치 열차처럼 줄지어 상공을 이동했다. 이는 미국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하루 전 미국에서 발사한 소형 위성 60기가 순조롭게 목표 고도인 550㎞까지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지구 저궤도(300~1000㎞)에 소형 인공위성을 배치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지난 2015년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우주 인터넷 구상을 밝힌 지 4년 만이다.

    일론 머스크(왼쪽),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왼쪽), 제프 베이조스
    지구 전체를 하나의 인터넷망(網)으로 연결하는 '우주 인터넷'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현재 지구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면적은 54%다. 하지만 우주 인터넷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인터넷망이 부족한 남극이나 사막 등 오지(奧地)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사각지대'는 향후 4~5년 안에 대부분 사라진다.

    ◇지구를 하나로 묶는 우주 인터넷망

    현재 모든 통신위성은 정지 궤도 위성이다. 이 위성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돌아 지구에서 보면 하늘에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적도 상공 3만6000㎞에서 혼자 지구 면적의 40%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정지 궤도 위성 3기만 있으면 전 세계를 하나의 인터넷망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통상 0.25초 정도 지연이 발생한다. 신호 손실도 많아 LTE(4세대 이동통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지구 저궤도에 통신 위성을 올리는 이유
    스페이스X는 이와 다른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한다. 저궤도 위성은 1000㎞ 이하의 낮은 고도에 떠있어 전송 속도가 빠르다. 스페이스X는 오는 2024년 위성 1만2000대 배치가 완료되면 LTE 최대 속도인 초당 1기가비트(Gbps)를 능가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궤도 위성의 맹점은 하루에도 지구 주위를 수차례 돌기 때문에 한 지점에 지속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수천 대 이상의 위성군(群)이 함께 돌아가며 신호를 주고받는 역할을 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이번 발사를 시작으로 향후 1년 동안 위성을 60기씩 6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 총 400여 대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린 뒤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 로켓에는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할 소형 위성 60기가 실렸다. /UPI 연합뉴스
    우주 인터넷 시장에선 글로벌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위성 스타트업 원웹은 지난 2월 우주 인터넷 위성 6기를 발사했다. 올 하반기엔 36기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우주 항공 기업 에어버스와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수천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향후 2년간 위성 650여 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가세했다.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은 지난달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카이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우주 인터넷 위성 3200기를 발사하는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4~5년 안에 위성을 모두 배치해 스코틀랜드(북위 56도)에서 남미 최남단(남위 56도)까지 세계 인구 95%가 거주하는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주 인터넷 시장은 2040년 590조원으로 팽창

    머스크, 베이조스와 같은 '우주 억만장자'가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우주 인터넷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30억명은 아직 인터넷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우주 인터넷망의 잠재적 고객이다.

    우주 인터넷 업체들은 인터넷 사용료를 지상의 광(光)케이블 인터넷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한 다음 각종 유료 앱(응용 프로그램)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미국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 인터넷 시장이 오는 2040년 연간 5000억달러(약 59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 위성 기술도 우주 인터넷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500kg이 넘는 대형 정지 궤도 위성은 개발·생산 비용이 1대당 100억원이 넘는 반면, 200~300㎏의 소형 위성은 1억원밖에 들지 않는다. 과거 1년 넘게 걸리던 위성 제작 기간도 1주일 정도로 짧아졌다. 최근엔 공장에서 소형 위성의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위성 크기가 작아지자, 발사체(로켓) 하나에 수십 대씩 실어 우주로 보낼 수 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수천 대가 넘는 소형 위성이 우주에서 활동하려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에 궤도를 조정하고, 수명이 다한 위성과 같은 우주 쓰레기 수거 문제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

    고도 550㎞에 소형 통신 위성을 1만2000대 배치해 지구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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