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리포트] 한국 생산성, 미국의 44%… "산업 IoT서 돌파구 찾아라"

조선일보
  • 푸야 니쿠예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 조정범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
    입력 2019.05.13 03:06

    한국기업 경쟁력 회복 방법은?

    맥킨지 한국사무소 - 푸야 니쿠예 파트너, 조정범 부파트너
    맥킨지 한국사무소 - 푸야 니쿠예 파트너, 조정범 부파트너
    대다수 한국 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노동자 1인당 10만6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비해 한국은 4만7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그쳐 생산성이 44%밖에 되지 않는다.(2015년 기준)

    선진국 기업들은 앞서나가고 중국 기업이 따라오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바로 '산업 사물인터넷(Industrial IoT·IIoT)' 혁신을 통한 '디지털화'다. 공장, 창고, 사무실뿐 아니라 구매처, 연구소까지 산업 현장 곳곳에 사물인터넷을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연결해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맥킨지 연구 결과, 디지털화가 심화되면 국가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특히 디지털화 비용이 떨어지는 지금이 디지털화의 적기다. 최근 10년 사이 센서 가격은 70~ 90% 떨어졌고, 사물인터넷 노드(연결 부위) 비용도 절반이 됐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 1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비용도 2010년 대비 100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자산 효율 증가, 인건비 절감, 영업 수익 증대, 재료비 절감, 서비스 향상 등 5가지 핵심 요소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① 자산 효율성

    자산 집약적인 제조업체가 많은 국내 산업은 자산의 활용률을 높이고 유지 관리비를 줄여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첨단 기술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유지보수 시스템을 통해 오작동 설비를 파악하고, 불량 제품이 추가로 생산되거나 생산 라인 속도가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경영진은 선제적으로 예비 설비를 설치하고 수리 인력을 파견해 피해를 줄이고 기계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한 글로벌 PC 위탁 생산업체는 설비 센서와 정보 허브를 연결해 설비 작동 문제의 근본 원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계가 예상치 못하게 작동을 멈추는 시간(다운타임)을 없앴다.

    생산 공정 단계 중 가장 복잡하거나 고장률이 높은 단계는 자동화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대만의 선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제조업체는 자동화 생산 라인을 활용해 램프업(본격 가동 수준으로 생산량 증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4개월에서 단 1개월로 줄였다. 전체 생산 수율(收率·투입 원자재 대비 완제품 비율)도 3~5% 포인트를 더 높였다.

    설비 장치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유지 관리비를 줄일 수도 있다. 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은 제조 장비에서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87%의 정확도로 고장 가능성이 가장 큰 장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 직원이 베를린 공장에서 제품 포장 로봇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獨 바이엘사의 자동 포장 로봇 - 한국 기업이 미국의 44% 수준인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산업 사물인터넷(IIoT)' 혁신을 통한 디지털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 생산 라인에 로봇과 인력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면 인건비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사진은 독일 제약사 바이엘 직원이 베를린 공장에서 제품 포장 로봇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바이엘
    ②노동생산성 향상

    인건비가 올라 국내 제조업체들의 비용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비용이 오르는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다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생산 라인에 로봇과 인력 간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만 성과를 최적화할 수 있다.

    대만 광(光)부품 제조업체인 라이트온은 광둥성 둥관 공장에 로봇을 활용해 인건비를 80% 가까이 줄이고 생산성은 세 배나 높였다. 로봇에 대한 투자액은 1년 6개월이면 회수할 수 있다.

    제조 공정뿐 아니라 물류 창고와 백오피스(업무 지원 부서)의 자동화도 가능하다. 한 제조업자 생산개발(ODM) 업체는 창고에 재고 관리 자동화를 위한 센서를 설치해 인건비를 75%나 줄였다. 백오피스 업무는 최대 65%까지 자동화가 가능해 업무 효율성을 30% 끌어올릴 수 있다.

    주요국 산업별 노동생산성 외
    ③수익 증대

    마케팅과 영업 활동에도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다. 고객이 제품을 살 때 가격·브랜드 등 어떤 요인을 중시하는지, 전단·인터넷 등 어떤 마케팅 채널을 보고 구매하는지 등을 잘 파악하는 기업일수록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과 설루션을 줄 수 있다. 한 글로벌 첨단 기술 기업은 고객의 구매 패턴 등을 데이터로 파악해 어떤 마케팅 수단으로 어떤 성향의 고객에게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판매에 활용해 매출을 20% 늘렸다.

    ④재료비 절감

    재료 구매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분석하면 제품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한 글로벌 자동차 전장 부품 공급사는 전 세계 생산 공장과 공급망의 구매 정보를 디지털화했다. 60만개가 넘는 구매 건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가장 싼 구매처 정보를 모든 공장에 전달해 연간 구매비를 11~14% 절감할 기회를 찾았다.

    더 나아가 디지털 전환으로 구매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재료비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한 글로벌 첨단 전자기기 제조업체는 디지털 구매 데이터 시스템, 공급사 성과 관리 시스템, 제품 생산 계획에 연동된 자동 재료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주도할 디지털 구매 전담 조직을 꾸려 구매비를 15% 아꼈다.

    ⑤서비스 수준 향상

    소비자 입맛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재고 과잉은 막으면서 시장 기대에 맞춰 제조 용량을 신속히 조절하는 게 기업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비자와 공급사의 피드백을 재빨리 수집해 수요 계획을 수립하고, 공급망을 애자일(agile·기민)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의 경우 소비자가 현재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구매 데이터를 실시간 파악해 어떤 제품을 더 생산할지 결정하고 생산 라인과 재고를 조정하고 있다.

    고급 분석 기법을 써서 제품의 시장 출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한 ODM 업체는 연구·개발(R&D)의 디지털화로 제품 품질을 높였다. 전체 제품을 처음부터 재설계하는 대신 고급 분석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부문만 파악해 재설계하고 제품 진척도를 추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제품 개발 주기를 40% 단축했다.


    "산업 IoT 성공은 CEO 하기 나름"

    '산업 사물인터넷(IIoT)' 혁신을 통한 디지털 전환은 '진단, 설계와 계획 수립, 실행'의 3단계로 이뤄진다. 중국 한 제조업체의 실제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우선 워크숍을 열고 공장을 정밀 평가했다. 그리고 인력, 자산, 품질, 재고 유지 관리, 조직 역량 등 5개 디지털 전환 과제에 대해 100여 개의 적용 사례(use case)를 정했다. 그러곤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사물인터넷을 조직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3년 로드맵'을 구축하고 우선순위 과제를 정했다.

    로드맵에 따라 시범 공장을 대상으로 5개 우선순위 과제를 먼저 실행했다. 그 후 디지털 '핵심 혁신 센터'(Center of Excellence·CoE)를 구축하고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인재를 교육했다.

    이런 여정을 거쳐 이 기업은 15개의 비용 절감 요소를 찾아냈고, 이자 및 세전 이익(EBIT)을 35% 향상시켰다. 약 3년4개월 후엔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단계를 거쳐도 사업 전환 프로젝트의 70%쯤은 실패로 끝난다. 성공하려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조직 전체의 의지가 강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CEO(최고경영자)가 리드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IT 프로젝트가 아닌 디지털 기술과 전략을 통합해 사업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또 내부에서 설루션을 구축하기보다 외부 파트너와의 생태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많은 한국 기업이 흔히 빠질 수 있는 NIH(not-invented-here·외부 아이디어나 상품을 배척하는 현상) 신드롬의 유혹을 피하고, 검증된 비즈니스 사례를 보유한 외주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각종 파일럿(시범 운용 프로젝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산업 사물인터넷을 기업 주요 기능을 아우르는 하나의 혁신 공장에 집중 적용해야 한다. 직원 디지털 역량 재교육에 더불어 애자일(agile·기민) 문화와 업무 방식 전환에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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